트럼프 무역 전쟁, 판 뒤집혔다…美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트럼프 무역 전쟁, 판 뒤집혔다…美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입력 2026-02-21 00:14
수정 2026-02-2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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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인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 세계 국가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의 판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플랜 B’ 카드를 꺼내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체가 베일에 싸인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깊어지고 있다. 종전 상호관세가 사라진 자리를 더 강력한 대체 관세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6대 3의 다수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가별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하급 법원의 위법 판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는 그 법적 근거를 잃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내세워 대다수 교역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겨왔다. 이 법은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에게 제한적 경제 권한을 주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해 관세 부과에 활용했다.

하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관세를 부과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미국 헌법상 관세와 세금 부과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를 일방적으로 행사한 것이 결국 법적 발목을 잡은 셈이다.

소송은 관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민주당 계열이 다수인 12개 주 정부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다. 워싱턴 소재 연방항소법원은 수입 중소기업 5곳의 손을 들어줬고, 애리조나·뉴욕·오리건 등 12개 주의 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경제적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팀은 IEEPA 기반 관세로 이미 1750억 달러(약 253조원) 이상의 세수가 걷혔다고 추정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 금액을 다시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의회예산국은 현행 관세가 모두 유지될 경우 향후 10년간 매년 약 3000억 달러(약 434조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판결 이후엔 그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경제를 지키는 필수 수단이라고 강조해왔다. “관세가 없으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계속 이용해 먹을 것”이라고 했고, 중국·캐나다·멕시코에는 마약 밀수를 비상사태로 규정해 별도 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IEEPA 관세가 효력을 잃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은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관세 조항이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 등 다른 법적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불리한 판결에 대비해 “‘두 번째 게임’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IEEPA처럼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번 판결의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닌 데다 되레 더 강력한 대체 관세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약 50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뒤집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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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집권 때인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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