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수함 따내려면 ‘자동차 공장’ 지어달라? 패키지딜로 판 키운 캐나다…독일 누를 승부처는 [월드뷰]

한국, 잠수함 따내려면 ‘자동차 공장’ 지어달라? 패키지딜로 판 키운 캐나다…독일 누를 승부처는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6-02-08 14:04
수정 2026-02-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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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력, 전세계 비교 대상 없어”
“수십년 이어질 파트너 찾고 있다”
‘자동차 협력’까지 묶은 패키지 딜
사실상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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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캐나다 총리, 장영실함 시찰
한-캐나다 총리, 장영실함 시찰 김민석 국무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장영실함을 시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 김 총리, 카니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025.10.30 연합뉴스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최종 승부처가 잠수함 성능 자체에서 ‘캐나다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방한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특임장관은 한국·독일 양측 모두 자국 해군이 요구하는 ‘상위 수준의 필수 요구사항’을 충족해 “확률은 50대 50”이라면서도, 제안서에 자동차 산업 협력 해법이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을 요구하며 ‘경제안보 패키지’를 당락의 기준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이번 사업을 산업·공급망 재편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캐나다의 계산법이번 사업에서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종 결선에서 경쟁 중이다.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퓨어 장관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그는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수십 년 이어질 상호 호혜적 파트너를 찾는다”,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캐나다에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라며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 달성이 목적임을 강조했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압박이 있다. 캐나다는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의 상당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고, 마크 카니 총리는 “중견국 연대”를 통해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캐나다가 최대 8~12척 규모로 거론되는 잠수함 사업을 지렛대로 삼아, 최종 후보국인 한국·독일로부터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려는 구도다.

특히 퓨어 장관은 “최종 후보국 모두 완성차 제조국”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협력의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가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한국 방산업체가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의 강점과 과제한국 잠수함은 기술력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플랫폼에 대한 캐나다의 신뢰도 확인됐다.

퓨어 장관은 방한 기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후보 기종으로 제시한 장영실함(3600t급)에 승선한 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조선 능력은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라며 “매우 강력한 경쟁 우위”라고 언급했다.

다만 과제는 ‘경제 패키지’의 현실성이다.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한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완성차 공장 설립이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이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대 규모 생산공장을 세웠다가 4년 만에 철수한 경험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퓨어 장관은 과거 사례에 대해 “그건 수십 년 전 이야기”라며 “지금 세상은 12개월 전보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한 제안을 만들어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자동차 산업 협력 요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를 완성차 공장이라는 단일 옵션으로만 좁히면 리스크가 커진다.

독일과의 경쟁 변수
사실상 ‘국가대항전’
독일 변수도 여전하다.

독일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자 북극해 인접국이라는 지정학적 이점이 거론되지만, 퓨어 장관은 “나토 회원국 여부는 결정 요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정치·안보 프리미엄을 제한했다.

대신 평가축이 ‘경제적 가치’로 이동한 만큼, 독일은 현지 산업·공급망 기여도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TKMS는 캐나다 입찰에서 한국 제안을 누르기 위해 자국 및 노르웨이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TKMS의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CEO는 해당 패키지가 잠수함을 넘어 희토류·광업·인공지능(AI)·자동차 산업용 배터리 생산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독일은 잠수함과 비잠수함(산업투자) 결합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경제안보 논리를 정면으로 충족시키려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에도 압박이다.

잠수함 성능·납기 우위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급망과 자원·에너지, 모빌리티(배터리·수소) 생태계 등 캐나다 내에 남는 가치를 얼마나 검증 가능한 계획으로 제시하느냐가 사실상 결선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승부처는 3월 제안서
‘숫자’보다 ‘실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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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함에 승함한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장영실함에 승함한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캐나다 CPSP 사업에 제안한 장영실함에 승함을 하고 있다. 2026.2.2 뉴스1(한화오션 제공)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잠수함 도입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장기 협력이다.

퓨어 장관은 이번 방한에 20여 개 기업과 동행한 것도 잠수함 외에 한화가 제안한 지상 전투 체계 등 다른 군사 분야, 나아가 우주·항공·광물·에너지·목재·농업 등 폭넓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승부는 기술력 과시가 아니라, 캐나다 내에 남는 가치를 얼마나 촘촘히 ‘증명’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도 경제성 없는 투자는 어렵다. 캐나다가 북미 방산·에너지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는 있지만, ‘전략적 가치’만으로 손익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3월 제안서에는 ▲잠수함 성능·납기 확실성 ▲수소·에너지 협력 구체안 ▲추가 방산 분야 패키지 ▲광물·우주 등 산업 협력 로드맵을 한 덩어리로 담아야 한다.

특히 자동차 공장 요구를 정면 수용하기 어렵다면, 현대차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소 협력 라인 등 에너지 전환·모빌리티 공급망과 연결된 대안을 ‘검증 가능한 규모’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캐나다가 수십 년 단위의 장기 MRO(유지·보수)를 자국 내에서 해결하길 원하고, 독일 역시 이 축을 기술 인력·인프라 패키지에 강하게 깔고 있는 만큼 한국도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

한화가 이미 캐나다 기업들과 다수 협력 프레임을 구축해온 만큼, 이를 단순 규모가 아니라 거점·일정·고용·이전 범위로 쪼개 제시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향후 전망종합하면 한국의 과제는 ‘완성차 공장’이라는 고비용 단일 옵션을 피하면서도, 캐나다가 요구하는 경제안보 논리를 충족시키는 대체 가능한 패키지(에너지·공급망·MRO·추가 방산·산업 협력)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다.

기술 경쟁이 50대 50이라면, 결승점은 결국 경제 패키지의 실행 가능성과 정치적 설득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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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2025.10.22 해군 제공
22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2025.10.22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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