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국민이 판사뽑은 멕시코…‘아코디언’처럼 긴 투표지

세계 최초 국민이 판사뽑은 멕시코…‘아코디언’처럼 긴 투표지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5-06-02 23:32
수정 2025-06-0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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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세계 최초로 판사 선출 투표가 실시된 멕시코의 투표 용지에 여당 후보들의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엑스 캡처
1일 세계 최초로 판사 선출 투표가 실시된 멕시코의 투표 용지에 여당 후보들의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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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처럼 긴 형태의 멕시코 판사 선출 투표 용지. 엑스 캡처
아코디언처럼 긴 형태의 멕시코 판사 선출 투표 용지. 엑스 캡처


멕시코 국민은 1일(현지시간) 국가 역사상 최초로 사법부 선거를 실시해 직접 판사를 선출했다.

이날 유권자들은 대법관 9명을 포함해 모두 881명의 연방판사를 직접 뽑기 위해 각 후보에게 부여된 번호를 투표용지에 직접 써넣은 뒤 투표함에 넣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확정한 후보자 규모는 3396명이다.

판사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 가운데는 유죄 판결을 받은 마약 밀수업자와 마약왕을 변호했던 변호사도 포함돼 논란을 낳았다.

법관 선출 투표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지난 대선에서 60%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이번에는 13%로 떨어졌다.

사법개혁 목적으로 실시된 법관 선출 국민 투표는 좌파 성향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이자 정치적 멘토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추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법관 투표를 통해 현실감각 없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법부 부패를 근절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라며 직접 한 표를 행사한 뒤에 “민주주의 만세!”란 소감을 밝혔다.

볼리비아가 2009년부터 투표를 통해 최고위직 판사를 선출하고 있지만, 사법부 내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는 멕시코가 처음이다.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셰인바움 대통령은 첫 법관선출 투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화자찬하며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된 국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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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일 판사 선출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신화 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일 판사 선출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신화 연합뉴스


하지만 투표 집계에는 열흘 이상이 걸려 최종 결과는 오는 15일쯤 나올 예정인 데다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됐다.

유권자들은 최소 6장에서 최대 13장의 투표용지를 받았는데, 겹겹이 접혀 ‘아코디언’ 악기를 닮은 용지에는 친여당 성향 판사 후보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멕시코 선관위에서는 아코디언 용지를 들고 투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일부 투표소에서는 여전히 친정부 성향 후보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고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가 대거 사라졌으며, 멕시코시티에서는 판사 선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투표 보이콧’을 선언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판사 선출 투표가 먼저 실시된 볼리비아에서는 선거가 집권당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삼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0년 이상 최고 판사를 투표로 선출한 결과 볼리비아 헌법재판소가 최고의 권력기관이 될 정도로 정치화된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멕시코 의회가 법관 선출 투표제를 승인하자 미국은 법치주의가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했고 전국 사법부 직원들은 파업을 벌였다.

멕시코 샌디에이고 대학의 데이비드 셔크 교수는 AFP통신에 “사법부 부패는 법률 집행 기관과 검찰청에서 주로 발생해 기소되는 것을 피한다면 법정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수백명의 판사 후보를 일일이 판단해 투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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