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린이 400명 사상…유엔 “이스라엘, 형평에 맞지 않는 공격”

매일 어린이 400명 사상…유엔 “이스라엘, 형평에 맞지 않는 공격”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1-03 09:21
수정 2023-11-03 09: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생존자를 수색하다 지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안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무너진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을 찾는 이들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발리아 AP 연합뉴스
생존자를 수색하다 지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안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무너진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을 찾는 이들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발리아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국제사회의 우려에 아랑곳 않고 근처 난민촌을 사흘 연속 폭격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가자시티 바로 북쪽의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지난달 31일과 다음날 공습으로 죽고 다치거나 실종된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이날 오전에도 재차 공습이 가해져 피란민들이 모여 있던 유엔 학교 네 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NYT는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당국이 밝힌 사상·실종자 집계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현지 병원 관계자들은 최소 수십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방패막이로 삼은 탓이라며 화살을 하마스 측에 돌렸지만, 국제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마스 제거를 위해서라면 민간인 살상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가 14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한 이후 가자지구에 전력과 식수, 물품 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시가전에 가까운 전투 양상을 띠며 민간인 살상을 서슴치 않는 데 대해 일각에선 사실상 민간인까지 보복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1일 자발리야 공습 현장에 대해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면서 25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하루 평균 400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보고됐고 “이런 것이 ‘뉴노멀’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다음날 이스라엘을 지목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불균형적(과도한) 공격들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현재 이스라엘로 이동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구호 전달을 위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잠시 중단하는 데 합의할 것을 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을 만나 “가자지구의 남녀와 어린이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 조처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리오르 하이아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하마스가 가자 주민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면서 “모든 책임은 하마스 테러범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민간인 사상을 예방하는 데 이스라엘과 같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나쁜 테러조직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섬멸을 공언한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상전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자국군이 가자시티를 포위한 채 도시 내부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현재로선 휴전이란 개념을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