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이름 적힌 아이들 주검…가자지구 부모들 “신원이라도 빨리…”

다리에 이름 적힌 아이들 주검…가자지구 부모들 “신원이라도 빨리…”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0-23 11:19
수정 2023-10-23 15: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샤 순교 병원 마당에 어린이들 주검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데이르 알발라흐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샤 순교 병원 마당에 어린이들 주검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데이르 알발라흐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사후에 자녀들 생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다리에 이름을 적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일부 부모들이 자신이나 아이가 사망할 경우, 신원 확인을 돕기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흐 알아크사 병원의 영안실 바닥 위 들것에 유아와 어린이 총 네 명의 시신이 놓여 있는데, 이 아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다. 아이들의 부모도 사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갈수록 이런 사례가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밀려드는 사상자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알시파 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인 푸아드 알불불 박사는 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던 조산아 120명 대부분이 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료가 없어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산소호흡기를 작동하지 못하는 시간이 사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껏해야 한두 아기만 구할 수 있다. 우리가 모든 아기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상자를 감당할 병상이 없어 다친 사람들이 복도에 임시 침대와 매트리스를 깔고 누웠고 영안실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알아크사 병원에서 수술이 계속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병원 밖 마당에는 시신들이 흰 천으로 덮여 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한 직원은 “새벽녘부터 여기 있었는데 병원 마당을 시신들이 가득 채웠고, 시신 냉동고뿐만 아니라 병원 안팎에 시신이 있다”고 했다.

이 직원은 “너무 많아서 시신을 덮을 수의조차 없다”며 “모든 시신이 훼손된 채 병원에 도착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이미지 확대
팔레스타인 응급의가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쪽 끝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에서 한 아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라파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응급의가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쪽 끝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에서 한 아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라파 AP 연합뉴스
BBC 영상을 보면 병원에는 부상자를 태운 차량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차량이 도착하자 한 남성이 “빨리, 빨리!”라고 외치며 병원 안으로 환자를 급히 옮기는 모습, 병원 안에서 부모들이 다친 아이들을 안고 있는 모습 등이 나온다.

병원 직원은 “솔직히 상황이 재앙적이며 견딜 수 없다”며 “우리가 예전에 목격했던 것들이 있지만, 이번은 전에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라고 말했다.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이제 60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465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같은 기간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이 약 1400명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