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민주콩고 찾아 “아프리카의 목 더이상 조르지 말라”

교황 민주콩고 찾아 “아프리카의 목 더이상 조르지 말라”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2-01 06:23
수정 2023-02-0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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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과 나란히 환영식을 지켜보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과 나란히 환영식을 지켜보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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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 방문을 환영하는 콩고민주공화국 가톨릭 신도들이 31일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 킨샤사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 방문을 환영하는 콩고민주공화국 가톨릭 신도들이 31일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
킨샤사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수도 킨샤사를 찾아 “아프리카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자원 식민주의’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교황은 이날 오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정부 인사와 시민단체, 외교단을 향한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이 계속해서 다양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고 AP, 로이터,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탐욕의 독이 다이아몬드를 피로 물들였다. 민주콩고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말라! 아프리카는 빼앗길 광산이나 약탈 당할 영역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이 막대한 광물자원이 전쟁과 난민, 굶주림을 부추긴 민주콩고에서 “인륜에 반하는 끔찍한 형태의 착취”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교황의 민주콩고 방문은 자이르였던 1985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 뒤 38년 만의 일이다. 교황의 아프리카 방문은 2019년 9월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에 사도 방문을 한 지 약 3년 만으로, 새해 첫 번째 사도 순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주콩고 방문 이틀째인 1일에는 은돌로 공항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온 가톨릭 신자 등 2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바티칸 공식 통계에 따르면 1억명이 넘는 민주콩고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49%로 아프리카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미사를 집전한 뒤에는 반군과 정부군의 반복되는 교전으로 피해를 본 동부 지역 피해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킨샤사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콩고 동부의 고마시를 언급하며 “그곳에 가고 싶었지만, 전쟁 때문에 갈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교황의 아프리카 순방은 원래 지난해 7월 예정돼 있었으나 무릎 통증 치료 때문에 연기됐다. 당시만 해도 동부 사정이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좋지 않아 교황의 모든 일정이 킨샤사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는 민주군사동맹(ADF)과 M23 반군, 말라이카 민병대 등 70여개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정세가 불안하고 민간인 피해와 인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치세케디 대통령은 전날 외교단과 신년하례식 연설에서 교황의 방문이 “반군 활동과 그에 따른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고통 받는 동부 지역 국민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 오전에는 청년과 전도사 등을 대상으로 마르티르스 경기장에서 대중 연설에 나서고 신부, 수도사, 신학생, 예수회 인사, 주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3일 오전 은돌로 공황 환송식을 끝으로 민주콩고 일정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순방국으로 5일까지 머무르는 남수단 주바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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