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히잡 시위’ 배후는 미국”…美, 추가 제재 예고

이란 최고지도자 “‘히잡 시위’ 배후는 미국”…美, 추가 제재 예고

이태권 기자
입력 2022-10-04 17:10
수정 2022-10-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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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미국·이스라엘 음모 꾸민 것”
시위대 사망자 최소 133명 이상
美 “평화적 시위대에 폭력, 책임 물을 것”

3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육군 사관학교 생도 공동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육군 사관학교 생도 공동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숨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촉발한 이른바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번지며 격화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시위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한 가운데 미국은 이란의 시위 탄압을 비판하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3일(현지시간)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군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폭동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한 것”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건의 뒤에 외세의 개입이 있는지 질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과거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여성의 죽음은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보안군을 해치거나 쿠란 경전을 불태우고 여성의 히잡을 벗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며 이란 당국의 시위 탄압을 합리화했다.

지난 16일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지 3일 만에 의문사하자 이란 민심도 폭발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 대학교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정부 규탄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정부단체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숨진 시위 참가자는 최소 133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피오나로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폰세를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AF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피오나로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폰세를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AFP 연합뉴스
미국은 하메네이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평등권과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이란의 폭력적인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은 시민사회를 억압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이란 관리와 풍속 경찰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번주 중으로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폭력 가해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겠다”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이란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돌리면서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란 보안 당국이 대학생들의 평화로운 시위에 폭력과 대량 체포로 대응했다는 보도에 대해 경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란 핵 합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행동과 관련된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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