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병합때처럼… 병력배치→기만전술→독립 승인→軍투입→전면전?

크림 병합때처럼… 병력배치→기만전술→독립 승인→軍투입→전면전?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2-23 02:22
수정 2022-02-2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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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대로 터진 ‘돈바스 뇌관’

푸틴 “우크라, 또다시 전면전 시도”
독립 승인해 러 군대 파견 정당화
반군·정부군 교전… 사상자 발생
크림 병합 선봉 ‘리틀 그린맨’ 등장
“돈바스 점령 뒤 우크라로 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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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 반군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위기의 핵으로 지목돼 온 ‘돈바스 뇌관’이 결국 터졌다. 군대 배치, 기만전술, 독립 승인, 군대 투입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와 흡사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러시아의 조직적 움직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서방이 전쟁 억지를 위해 폭로한 시나리오가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로의 전면적 침공 우려를 키운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돈바스에서 2014~2015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전면전을 벌이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며 본격화된 전쟁 위기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한편 친러 반군이 수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자국 군대를 전격 투입하기 위한 ‘구실’을 내세운 것이다. 독립 승인으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은 인정하되 우크라이나 영토임을 명시한 ‘민스크 협정’을 깼다.

러시아는 돈바스 침공을 위한 사전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왔다. 시작은 대규모 군사 배치였다. 우크라이나 접경을 따라 배치된 러시아군은 13만명, 15만명으로 점차 증가해 최근엔 17만명을 넘어섰다는 서방의 관측이 나왔다. 서방의 철수 요구에 러시아는 병력 일부를 이동시키면서 ‘가짜 철수’ 영상을 증거로 내밀기도 했다.

돈바스 지역에서의 기만전술과 독립 승인 절차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동시에 진행됐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지난 15일 DPR·LPR에 대한 독립 승인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킨 후 푸틴 대통령에게 올렸다. 푸틴 대통령은 즉각 승인에 나서진 않았지만 “의회 여론은 유권자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고, 대다수 러시아인들은 돈바스 주민들에게 동정심을 나타낸다”며 심정적 지지를 내비쳤다. 16일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2014년 돈바스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집단학살당한 증거를 찾았다고 주장하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돈바스 지역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우크라이나군과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됐다. 17일 LPR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선제 포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는 “반군의 자작극”이라며 맞섰다. 21일 러시아 남부군관구는 돈바스와 접한 러시아 로스토프주 미탸킨스카야 마을 인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우크라이나 정찰대원 5명을 교전 과정에서 사살했다고 밝혔다. 내전에 머물던 돈바스 사태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의 충돌로 번진 첫 사례다. 독일 dpa통신은 22일 우크라이나군의 발표를 인용해 반군 공격으로 정부군 병사 2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지역에서 반군 소속 군인도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가 비밀리에 자국 군인들을 투입하는가 하면 반군에 물적 지원을 해 왔다는 의혹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인근 고속도로에서 부대 휘장이 없는 군용차와 군인들이 다수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 병합 당시 선봉에 섰던 의문의 부대 ‘리틀 그린 맨’이 다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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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정권’을 앞세운 러시아의 돈바스 점령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다음 칼끝이 우크라이나를 정면으로 가리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내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 미 해군분석센터(CNA) 연구원은 BBC에 “벨라루스에 배치한 3만 정예병력과 압도적인 공군력을 이용해 곧바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공격·점령한 뒤, 우크라이나 정권을 친러 정권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0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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