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 한달…학교 문 닫고 은행은 “현금 바닥”

탈레반 장악 한달…학교 문 닫고 은행은 “현금 바닥”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9-18 14:00
수정 2021-09-18 14: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중고교 한달째 휴교 “추후 통지” 반복만
시중은행 외화 부족 “경제 파탄 직전” 우려
암시장 불법 비자는 가격 폭등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트럭에 앉아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트럭에 앉아 있다. 카불 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정부 내각을 발표한 탈레반은 앞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자국 내 시민들을 강경하게 억압하면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중고교 학생들이 한달째 학교에 가지 못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렸다. 탈레반 고등교육부장관 압둘 바키 하카니는 지난달 말 “아프간 국민은 남녀가 분리돼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등 교육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고, 이에 따라 일부 대학교 수업과 6학년 이하 초등학교 수업이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하지만 7학년 이상 중고등학교 수업에 대해서 탈레반 과도정부는 “추후 통지가 있을 것”이라며 기다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중고교생과 학부모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몇 달간 수업에 지장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치적 상황 탓에 휴교가 이어지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전 아프간 정부의 교육부 고문이었던 파르위지 칼릴리는 “전체 학생 900만명 중 70%가 정치 사회적 문제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뿐 아니라 경제 분야도 위태롭다. 시중 은행들은 외화가 거의 바닥났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야 한다며 거듭 요청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아프간 중앙 은행은 미국이 조달하는 달러화에 크게 의존했는데, 미군 철수 이후 자금 흐름이 중단된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 부족 사태가 식량, 전기 등 필수요소의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며 이미 파탄 직전인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우려한다.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은행 앞에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은행 앞에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은행 앞에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은행 앞에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아프간 내 외교 공관 대부분이 폐쇄하면서 불법 비자 가격도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전에 암시장에서 15달러(약 1만 8000원)면 살 수 있던 파키스탄 비자는 현재 350달러(약 41만원)까지 올랐다. 가장 비싼 건 유럽 진입 길목에 자리 잡은 터키 비자로, 무려 5000달러(약 58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가격은 120달러(약 14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정상적인 비자를 구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탈레반 체제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 자국 내 기존 외교 공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가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무료로 빵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무료로 빵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해외에 체류 중인 아프간 정부 소속 외교관 수백명도 난감한 신세다. 본국 자금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탈레반이 정식 정부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아프간 외교관으로서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또 이들은 보복 우려 때문에 귀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 발이 묶인 아프간 외교관과 대사관 소속 직원과 가족은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