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 되지 못한 우주비행사…80대 할머니 우주여행 간다

여성이라 되지 못한 우주비행사…80대 할머니 우주여행 간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7-02 08:55
수정 2021-07-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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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 펑크, 베이조스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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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이루는 우주비행의 꿈
60년 만에 이루는 우주비행의 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왼쪽)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현지시간) 월리 펑크(82·여)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으로 동행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2021.7.2
AP 연합뉴스
1960년대 우주비행 테스트 받았지만
여성 뽑지 않는 자격 요건에 꿈 좌절
우주비행사 테스트를 받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 지원 자격을 얻지 못했던 80대 여성이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여행에 나선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현지시간) 월리 펑크(82·여)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으로 동행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펑크는 이달 20일 서부 텍사스에서 발사될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 오는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1950년대 말 NASA는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인 ‘머큐리 계획’을 세우고, 7명의 우주비행사를 양성했다. 이들을 ‘머큐리 7’이라고 불렀고, 이들 중 존 글렌이 1962년 미국인 최초로 우주 궤도를 돌았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나간 다음해였다.

당시 NASA가 제시한 우주비행사 자격 요건 중엔 공군 제트기 조종사 경력이 필수적이었는데, 공군은 제트기 조종사로 여성을 뽑지 않았다. 즉 여성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NASA의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의사는 여성들에게도 동일한 테스트를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민간자금을 지원받아 여성들을 선발했고, 총 13명의 여성이 유사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펑크는 ‘머큐리 13’ 중 최연소 지원자였다. 그러나 ‘머큐리 13’은 어디까지나 비공식 테스트에 머물렀다.

그러다 1963년 소련에서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인류 여성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고, 미국에서도 여성 우주비행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테레시코바는 심지어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우주비행사에 지원했다.

테레시코바의 성공으로 ‘머큐리 13’이 미국에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NASA는 1978년까지도 여성을 우주인으로 뽑지 않았다.

펑크는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그리고 경매에서 2800만 달러(약 312억 6000만원)를 내고 이번 우주여행 티켓을 낙찰받은 익명의 낙찰자 등 다른 3명과 동행한다.

펑크는 마침내 우주에 갈 기회를 얻게 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여행의 모든 순간(every second)을 사랑할 것이다. 우후! 하하.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펑크는 또 “그들은 ‘너는 여자잖아. 넌 그거 못해’라고 말했다. 나는 ‘그거 알아. 네가 뭐든 상관없어. 네가 그걸 하고 싶다면 여전히 할 수 있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에 사는 펑크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감사관을 지냈고,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여성 항공안전 수사관이기도 했다.

너무도 우주에 가고 싶었던 펑크는 수년 전 20만 달러(약 2억 2700만원)를 내고 또 다른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 우주선에도 좌석을 하나 예약해뒀다. 여전히 그녀는 승객 명단에 올라 있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펑크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때가 됐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펑크”라고 밝혔다.

펑크가 이번 우주여행에 성공하면 우주여행에 나선 최고령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최고령 우주여행자는 2016년 고인이 된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었다. 글렌은 1998년 77세의 나이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탑승해 최고령자 기록을 세웠다.

글렌은 ‘머큐리 13’과 관련해 열린 의회 성차별 청문회에서 여성은 우주비행사 후보 자격이 없다고 증언했다. 정작 글렌 자신은 ‘머큐리 7’ 지원 당시 필수적이었던 ‘과학 관련 학위 소지’ 요건을 면제받는 혜택을 입은 바 있었다.

그러나 23년 만에 최고령 우주여행자 타이틀을 자신이 코웃음쳤던 상대에게 넘겨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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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이를 가리켜 “우주적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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