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를 덮친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해 차 안에서 반려견을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된 와이엇 토프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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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13살 소년 와이엇 토프티가 지난 8일 오리건주 매리언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로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토프티가 차 안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 대피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프티의 71세 외할머니도 불에 탄 다른 차 안에서 발견됐다. 어머니를 구하려던 토프티의 엄마는 목숨은 구했지만 전신 화상을 입고 위중한 상태다.
미국 서부를 덮친 산불에 오리건주 매리언카운티 주민 크리스 토프티가 9일(현지시간) 산불이 덮친 와중에 실종된 가족을 찾던 중 괴로워하고 있다. 토프티의 13세 아들 와이엇 토프티는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 하고 차 안에서 반려견 듀크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차 안에서 장모 역시 숨진 채 발견됐다. 2020.9.12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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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숨진 토프티에 대해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낚시를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비디오게임을 했다. 사랑스럽고 예의 바른 소년”이라며 슬퍼했다.
토프티 가족의 비극과 더불어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의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랐다.
영화 제작자인 낸시 해밀턴은 지난 9일 차를 타고 산불이 휩쓸고 간 베리크리크 지역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산불로 터전 잃은 주민들
미국 서부 곳곳이 역대급 산불로 신음하는 가운데 오리건주의 한 차량주택 구역이 산불로 전소, 11일(현지시간) 이곳에 살던 주민이 애통해하고 있다. 2020.9.12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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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은 “친구의 할머니에게 최소한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이라도 알 수 있도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피하느라) 집이 불타 버렸는지 알지도 못한 채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빅크리크에 살던 토비 웨이트는 ‘크리크파이어’로 집을 잃었다. 웨이트는 “우리는 이제 유목민이다. 우리는 겨우 더플백을 챙겨왔을 뿐이다. 너무 오래 신세를 져서 사람들이 싫어하게 되면 다음 집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역대급 산불이 미국 서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오리건주의 한 마을에 주차된 차량이 산불로 발생한 재로 덮여 있다. 2020.9.12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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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7일 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대럴은 “그가 문을 잡아당기며 도망가라고 말했다. 처음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5분 뒤 밖으로 나왔을 때 산불이 나무들 사이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럴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지만 산불이 덮친 그의 집은 무너져 돌무더기로 변해 버렸다. 그는 잿더미가 된 살림살이는 다시 마련할 수 있을 거라면서도 “저 돌무더기 어딘가에 우리 어머니의 반지가 묻혀 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