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떨어지고 화장실 물도 안 나와”
필리핀 여행 갔다가 여객기에 7시간 갇힌 승객들
크리스마스인 25일 태풍 때문에 필리핀 클락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한 팬퍼시픽항공 여객기 안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인 승객들이 무려 7시간이나 갇혀 있었다. 이 사이 음식과 물이 동나고 화장실에도 물이 떨어져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9.12.25.
독자 제공=연합뉴스
독자 제공=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필리핀의 유명 관광지 보라카이로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를 강타한 태풍에 비행기 안에서 7시간가량 발이 묶여 괴로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중부 깔리보 공항으로 향하던 팬퍼시픽항공 여객기는 기상 악화로 회항해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쯤 필리핀 북부 클락공항에 착륙했다.
깔리보 공항은 보라카이로 가는 관문 공항이다.
필리핀은 전날 태풍 ‘판폰’이 상륙하면서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195㎞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이날 필리핀 중부 지역에서는 여객기 결항이 속출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팬퍼시픽항공 여객기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이날 오전 6시 1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륙이 4시간이나 지연됐다. 게다가 항공사 측이 이를 늦게 알려주는 바람에 이른 새벽부터 나와 탑승을 준비했던 승객들은 공항에서 오전 내내 기다려야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클락공항 착륙 이후였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을 공항 측이 허용하지 않아 180명에 달하는 승객들은 7시간 동안 비좁은 여객기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어야 했다.
이 항공편의 승객 대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기내에 준비된 음식은 물론 물도 모두 바닥이 났고, 화장실조차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승객들은 기약 없이 힘겨운 시간을 버텨야 했다.
어른들은 애써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어린이들은 장시간 기내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식사도 제공되지 못하자 “배고프다”며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려 아수라장이 됐다.
한 승객은 “승무원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좁은 공간에 갇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여객기에서 내려 항공사 측이 준비한 근처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시간부터 환산하면 무려 12시간가량 여객기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항공사 측은 오는 26일 깔리보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필리핀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주택 붕괴, 정전, 홍수 등의 피해가 잇따랐고 6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또 수만명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대피해 힘겨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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