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키워드는 ‘초당적 협력’…뒤에선 민주당에 ‘욕설’

트럼프 연설키워드는 ‘초당적 협력’…뒤에선 민주당에 ‘욕설’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2-06 14:49
수정 2019-02-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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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예산 반대하는 민주당 겨냥…당위성만 강변할뿐 협상카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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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행한 국정연설에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 등 자신의 핵심의제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겨냥한 ‘초당적 협력’ 요구를 시작과 말미에 나란히 갖다 붙여 강조했다.

“오늘 밤 여러분에게 위대함의 선택을 요구한다”면서 말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무역, 건강보험, 국가안보 등 주요 국정 이슈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에 앞서 ‘초당적 행동’(bipartisan action)을 먼저 요구했다.

“믿든 아니든, 이미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은 입증돼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근거로 오피오이드 대처 법안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초당적’이란 수사는 지난해 첫 국정 연설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짧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공화 양당에 활짝 손을 내밀고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올해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역대 최장기 셧다운을 경험했고 열흘 후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셧다운에 들어가거나 국가비상사태 카드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의회의 협력을 주문했다.

불법 이민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랑과 헌신’으로 동료 시민을 지켜야 한다든지, 국경문제를 ‘도덕적인 이슈’로 몰아간 것도 자신의 주장에 당파적 이해를 들이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됐다.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노부부의 증손녀를 장내에 일으켜 세우면서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미에 다시 “이 의사당을 생각해보라”면서 초당적 협력을 거듭 촉구했다.

노예제를 끝내고, 파시즘을 물리치며, 시민의 권리를 찾아주던 의사당이라고 일깨웠다. 미 CBS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당적’을 ‘파이널 콜’로 외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분열을 끝낼 열쇠를 스스로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언론은 민주당의 대응 연설자로 나선 흑인 여성 정치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고통받는 연방 공무원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하러 다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근로자를 정치적 게임의 볼모로 잡아두지 말라”고 반박한 언급에 더 주목했다.

국정 연설을 생중계한 미 방송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과 장벽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냉담한 모습을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잇달아 클로즈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것으로 지적되는 셧다운 사태와 의회의 분열을 스스로 해결할 만한 키워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민주당과 가장 크게 부딪히는 지점인 국경장벽 이슈에서 뉴욕 지하철에 출몰한 MS-13 갱 등 온갖 사례와 통계자료를 들이밀며 장벽 건설의 당위성만 내내 강변했을 뿐 실질적인 협상 카드로 쓰일 만한 언급은 내놓지 못했다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앞세운 것과는 달리 정작 사석에서는 민주당 측을 겨냥한 노골적인 발언을 내놓았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국정연설을 앞둔 오찬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TV 앵커들과의 오찬을 하면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 “더러운 X새끼”(nasty son of a bitch)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선 “바보”(dumb)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랠프 노덤(민주) 버지니아 주지사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 개처럼 헐떡거렸다”(choked like a dog)라고 표현했다.

다만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괜찮다는 취지로 다소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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