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펩시코가 공식 인수한다고 밝힌 소다스트림 탄산수 제조기. 기계에 장착된 천연탄산실린더로 생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하면 그 자리에서 탄산수가 만들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펩시코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거점을 둔 탄산수 제조기 업체인 ‘소다스트림’을 32억 달러(3조 583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펩시코 이사회는 소다스트림 주식을 주당 144달러에 인수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소다스트림은 2013년 고 스티브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미국 팰러앨토 자택에 침입한 도둑이 훔쳐간 물건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도둑이 훔친 제품은 아이맥, 아이패드 등 대부분 애플이 만든 것이었는데, 한가지 예외가 소다스트림이었다. 배터리 없이 버튼 하나로 집에서 간편하게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는 소다스트림에 대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면서도 맛있는 음료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회사”라며 “우리의 제품 철학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니엘 비른밤 소다스트림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소다스트림은 펩시의 글로벌 역량과 자원을 이용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펩시코 평사원 출신으로 CEO에 오른 인드라 누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탄산음료수 시장의 한계를 예측하고 건강음료와 식품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2001년 펩시코가 게토레이로 유명한 퀘이커오츠를 인수하는 데 그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소다스트림은 1903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돼 전세계 탄산수 제조기 시장 1위로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 85%를 자랑한다. 연간 전 세계 45개국, 60만 가정에서 15억ℓ의 홈메이드 탄산수가 이 탄산수 제조기로 만들어진다.
한 해 판매되는 탄산수 제조기 수만 2000만대에 이른다. 스위스와 독일 가정에서는 30% 이상이 소다스트림을 사용할 정도다. 최근에는 삼성 지펠과 손잡고 스파클링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탄산수 시장은 1000억원대로 5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 7000억원대 탄산수 제조기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 비중은 10% 정도로 유럽에 비해 성장이 늦지만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까지 아시아 시장은 매년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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