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의용 방중 활용 ‘차이나 패싱론’ 일축·中역할론 강조

中, 정의용 방중 활용 ‘차이나 패싱론’ 일축·中역할론 강조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3-13 10:52
수정 2018-03-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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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양회때 정의용 만난 건 한반도문제에 빠질 수 없다는 의지”

‘시황제’로 등극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지난 12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중국 지도부는 보통 양회 기간에는 외교 사절을 만나지 않으며 그것도 국가 주석이 외국에서 건너온 인사를 만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의 정 실장 접견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으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동북아 정세의 대격변 예고 속에서 ‘중국 배제(차이나 패싱)’ 우려를 대내외에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례로 볼 때 중국의 중재로 북한-미국-중국 3자회담, 남북한-미국-일본-러시아-중국 6자회담이 열려왔으나 이번에는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담판’이 벌어질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심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 주석은 전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내외신 기자들에 공개한 자리에서 정 실장 일행을 만났다. 대부분 비공개로 외교사절을 만나는 시 주석은 무려 10분 넘게 정 실장 접견 장면을 공개했다.

그 자리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한국 등이 유관국들이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에 다른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시말해 외교사절 공개 접견을 통해 시 주석은 현재 한반도 정세의 긴장 완화에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몫을 담당할 것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와 북미 양국의 파격적인 초청과 수락으로 5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단계에 있으나,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시 주석의 이런 제스처를 중국 관영언론 매체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양회 기간 관련 기사로 채우는 관례에서 벗어나 13일 1면 상단에 ‘시진핑 주석이 한국 대통령 특사 정의용을 회견했다’며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회견 내용을 크게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양회 기간임에도 시 주석이 정의용 실장을 공개적으로 접견하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빠져서는 안 되며 중국도 미국, 북한, 한국과 함께 한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 실장이 전날 오전 도착해 중국 외교의 실무사령탑에서 최고지도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그리고 시 주석까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정 실장의 방중 내용을 보도하면서 ‘차이나 패싱론’을 일축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정 실장이 시 주석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감사를 표했다고 강조해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최근 한반도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중국의 노력에 대해 한미 양국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난해온 한미가 결국 중국의 노력을 이해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뤼 연구원은 “중국은 평화의 마지노선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은 북한을 코너로 몰아붙이라는 한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엔 제재로부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막는 데 힘을 기울였다. 중국 또한 피해를 보면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말로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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