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불가” 반복한 아베…2년 연속 새해 벽두 ‘위안부 도발’

“사죄 불가” 반복한 아베…2년 연속 새해 벽두 ‘위안부 도발’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1-12 16:14
수정 2018-01-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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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녀상 철거 요구하며 주한 일본대사 일시귀국시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정면으로 걷어찼다.

지난해 말 외교부 산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결과 발표 이후 직접적인 입장 발표를 삼가던 그는 이날 유럽 방문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사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신년 벽두부터 부산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해 항의한다며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전격 귀국시키는 등 외교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1년만에 같은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다.

◇ 아베 “한국의 사죄 요구 수용 불가”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서 ‘일본의 진실 인정 및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심을 다한 사죄’ 등을 요구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일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다”라며 사죄 불가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아가 한국에 대해서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그는 “일본측은 약속한 것을 모두 성의를 갖고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측에도 계속 이행을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발언은 위안부 협상에 문제가 있지만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 외교장관이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합의가 문제가 있다며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 자체를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자국이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한 것이 위안부 합의를 이행한 구체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측이 이 돈을 별도로 조성하겠다고 한 점도 큰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 2년전 “사죄편지 털끝만큼 생각없다”에서 바뀐 것 없어

그러나 그간 아베 총리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이날 발언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일본 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고 여러차례 언급해서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또 2016년 10월 국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막말 수준의 답변까지 했다.

지난해 1월 나가미네 대사 귀국 조치 당시에는 “(일본이)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일간 합의에 따라 10억을 낸 것으로 일본 정부는 ‘의무’를 다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지난해 말엔 우리 외교부 TF의 검증 결과와 관련해 측근들을 통해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대북공조·한중일정상회의 등 ‘한국정부 협조’ 긴요

다만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의 사죄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도 지난해 부산 소녀상 설치 당시 보여줬던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등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는 그로서도 한일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베 총리는 지난해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위기에 빠졌을 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란 소재로 지지율 제고를 이룰 수 있었다.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 및 고강도 제재 목소리를 높이며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 결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간 대화 무드가 조성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만큼 자칫 남북대화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그동안 미일 동맹을 통한 대북 압박 노선에 치중했던 자신의 입지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 11일에는 중일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인근에서 중국 잠수함의 영해 침입 여부를 두고 긴장이 조성되는 상태다.

여기에 이르면 오는 4월 일본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를 위해서도 한국의 측면 지원이 긴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아베 총리의 운신의 폭을 좁힐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이날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유럽 6개국 방문 길에 올랐다.

그가 오는 17일 귀국하는 만큼 그의 이번 외유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위안부 합의는 1㎜도 못 움직인다’고 하는 강경파의 목소리, 그리고 한국과 중국·북한 등과의 현실 외교 사이에서 어떤 조합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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