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국 조세회피처 선정 유력”…처분 놓고도 이견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확정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5일 EU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각국 장관들은 EU 비회원국 20여개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확정하기 위해 열띤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달 역외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에서 유출된 조세회피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가 폭로되면서 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추동력을 제공했다.
EU 각국은 1년여 전부터 블랙리스트를 완성하려 했으나 아일랜드, 몰타, 룩셈부르크 등 EU 회원국 중에서도 저세율국들은 자칫 다국적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저지섬이나 버진아일랜드 등 자국의 해외 보호령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올해 초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카리브 해의 다른 영국령들은 제외될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말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대상국 후보 92개국을 선정해 해당 국가에 조세정책 평가를 위한 세부내용을 제공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를 최종 대상국을 확정하지 못한 채 EU 각국은 여전히 이견을 보인다.
이날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정치·외교적 움직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모스코비치 위원은 “최근 5년간 각종 탈세 스캔들에 오르내린 일부 국가들이 최종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을 우려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확정하더라도 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에 대한 조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국가들은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대상국에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국가들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프랑스처럼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의 EU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고 세계은행(WB)의 지원도 끊는 강력한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EU 차원의 제재 대신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적절한 대응에 나서는 게 낫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EU 내부에서는 법인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거나 ‘0%’에 가까운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도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대상국에 자동으로 포함할지를 놓고 진통을 겪었지만 일단 바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지는 않기로 했다.
EU 재무장관들이 조세회피처로 확인되더라도 해당 국가가 EU의 기준에 부합하는 조세정책을 내놓은 국가들은 블랙리스트 대신 ‘그레이 리스트’(gray list)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