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메시지는 사적으로 전달한다”는 ‘틸러슨 스타일’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겨냥한 압박성 발언을 자제하며 대화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틸러슨 장관은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북핵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회담에 앞선 공식 발언에선 북한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예의를 보였다.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돌출 발언이나 새로운 외교적 신호도 보내지 않았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 같은 껄끄러운 주제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국가주석 간의 우정을 언급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이런 대화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차별되는 틸러슨 장관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WP의 해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틸러슨 장관은 ‘거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상대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사적 자리에서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대중에 공개된 부분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평소 다소 무뚝뚝한 성격인 틸러슨 장관은 지난 3월 첫 방중 때만 해도 회담에 앞서 상대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하는 의례적 절차에 불편함을 느끼는 듯 보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오히려 이를 활용해 양국의 우호를 다지는 모양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시 주석과의 회담서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양국 관계는 당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에 힘입어 계속 발전하고 성숙한다”며 시 주석을 공공연히 추켜세웠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방중은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조율 성격이 강하다.
WP는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라고 지목했다.
중국 외교부 또한 틸러슨 장관과 왕이 부장, 양제츠 국무위원의 회동을 소개하면서 양국 관계에 초점을 맞춘 발언에만 집중하며 한반도 문제는 거의 소개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과 양제츠 국무위원이 틸러슨 장관과 만남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양측은 현재 한반도 정세와 기타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날 틸러슨 장관에게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미·중 관계가 많이 발전했으며 더욱 발전할 중요한 기회에 직면했다”면서 “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적극적인 성과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호 호혜에 근거해 실무 협력을 하고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해야한다”면서 대만 등 문제에 있어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하며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미·중 관계가 크게 발전했다면서 미국은 미·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중국과 교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함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양제츠 국무위원은 틸러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측은 미국 측과 양국 정상이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실현하길 바라며 미·중 관계가 정확한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은 아주 큰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역사적 방문이 풍성한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라며 이를 위해 양국은 고위급 및 각급 소통을 강화해야한다”면서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고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해 미·중 관계 발전의 추세를 강화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중국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각 분야에서 실무 협력을 심화해 국제 및 국내 문제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