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층 출신 대통령 탄생’ 인도…기대·우려 교차

‘최하층 출신 대통령 탄생’ 인도…기대·우려 교차

입력 2017-07-21 17:12
수정 2017-07-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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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균열’ vs ‘힌두민족주의 고착’…“2019년 총선엔 여당에 유리”

최근 인도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 출신의 람 나트 코빈드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도 사회에 가져올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상 차별이 철폐됐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이 큰 카스트 제도가 실질적으로 균열이 진행되는 신호로 해석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코빈드 당선인이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출세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하층 카스트 문제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여당의 힌두 민족주의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 칼럼니스트 다르민데르 쿠마르는 21일 일간 이코노믹타임스 인터넷판 칼럼에서 코빈드 대통령 당선은 그동안 상층 카스트에 치중한 힌두 민족주의 정당이었던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마르는 2014년 총선에서 BJP가 승리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당선될 때부터 BJP가 단순히 선거전략으로 하층 카스트에 다가가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하층 카스트를 위한 정당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마르는 그 근거로 BJP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는 힌두 우익단체 민족봉사단(RSS)이 달리트 해방을 위해 일생을 바친 고(故) B.R 암베드카르 박사를 최근 이념적 지도자로 삼고 있음을 들었다.

모디 총리 역시 총선 승리 후 첫 연설에서 암베드카르 박사에게 감사를 나타냈으며 자신의 고향 구자라트 주에 초대형 동상 건립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쿠마르는 또 현 정부가 저소득 가정에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를 공급하고 저소득층 창업 지원 사업 ‘스탠드업 인디아’를 추진하는 등 하층민을 겨냥한 정책을 많이 내놓았지만 특별히 상층 카스트를 위한 정책은 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 평론가 니르자 초우드리는 코빈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모디 총리와 수미트라 마하잔 하원 의장, 다음 달 치러지는 부통령 선거의 벤카이아 나이두 여당 후보 등 현 정부 주요인사들이 모두 RSS로 대표되는 ‘힌두 민족주의’ 신봉자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를 만큼 정부가 힌두민족주의에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빈드 당선인은 2010년 BJP 대변인으로 있을 때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인도에 이질적”이라고 말하는 등 힌두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인도 언론과 논객들은 코빈드 후보의 당선이 향후 5년간 내각을 결정할 2019년 총선에서 BJP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INC)은 여당이 지난달 일찌감치 달리트 출신의 코빈드 후보를 내세우자 며칠 뒤 역시 달리트 출신인 메이라 쿠마르 전 하의의장을 대통령 후보로 발표했지만, 여당이 선점한 의제를 뒤따른 것에 불과했을 뿐 유권자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방의원과 주의원 간접선거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서부 구자라트 주와 고아 주 등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자당 후보가 아닌 코빈드 후보에 투표한 ‘표 이탈’ 현상까지 벌어졌다.

초우두리는 코빈드 당선인이 주민 2억 명으로 인도 29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 주 출신이기에 그의 당선은 달리트 주민뿐 아니라 우타르프라데시 주민의 표를 BJP에 끌어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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