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vs 애니·맥주”…한일 대표제품 상대국서 서로 히트

“화장품 vs 애니·맥주”…한일 대표제품 상대국서 서로 히트

입력 2017-07-17 13:56
수정 2017-07-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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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증가율 50%…일 10대 48% “한국 패션 참고”

위안부와 소녀상 등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일과 혐한 등 한·일 양국관계는 불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제품과 문화 콘텐츠 등은 상대국에서 서로 공전의 인기를 얻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과 아이돌 그룹이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고 있는 반면 일본 맥주와 애니메이션 등은 한국에서 공전의 인기를 얻는 등 제3의 물결이 밀려 오고 있다. 양국 사이에 소비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 패션거리인 도쿄(東京) 하라주쿠(原宿) 다케시타(竹下)거리 한 복판에 새로 문을 연 핑크색 가게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작년 12월 오픈한 “에뛰드 하우스”와 올해 5월 문을 연 “스타일 난다”로 한국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가게다. 이들 점포가 일본의 패션 성지의 모습을 바꿔 놓고 있다. 이 일대는 평일 저녁 무렵이면 학교를 마친 소녀들로 넘쳐난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오자와 마리에(18)는 “한국 화장품은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눈썹문신’같은 장르에 놀랐다”고 말했다. 눈썹 문신은 간단히 바르고 지울 수 있는 젤 타이프의 눈썹 화장품이다. 우쓰노미야(宇都宮)에서 온 여고생 유카이 린코(17)는 “파스텔컬러인 일본 화장품보다 개성이 확실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외국 화장품이라면 유럽과 미국제품을 당연시하던 일본 화장품 시장에 한류 화장품이 밀려들고 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수입은 약 146억 엔(약 1천460억 원). 국가별로는 5위였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약 50%로 주요국 중 두드러지게 높았다.

에뛰드하우스는 반년 새 “시부야(澁谷) 109” 등에 4개 점포를 냈다. 연내에 2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영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마쓰이 리나 사업부장은 “화장을 놀이로 즐기는 컨셉이 중고생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일본에서 방영된 “겨울연가”를 계기로 일었던 한류 붐은 중장년 여성들이 주역이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당시 이상의 동경을 품고 있다.

플리마켓 앱이 1천7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패션에 참고하는 국가”를 조사한 결과 20대의 26%, 10대는 무려 48%가 “한국”을 꼽았다. 미국, 프랑스를 제치고 단연 수위였다.

한국에서 일본 제품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시세이도(資生堂)의 “클레 드 포 보테” 등 고가제품이 부유층에게 인기다. 여기에 근년 폴라 오비스 홀딩스의 “쓰리” 등 20대를 겨냥한 중견 브랜드도 한국에 진출했다. 작년 한국에 대한 일본 화장품 수출액도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음식료 제품으로는 일본 맥주가 최고 인기상품이다. 관광객이 붐비는 서울 시내 번화가에 아사히맥주가 오픈한 여름에만 운영하는 “슈퍼 드라이”바에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몰려든다. 다른 회사들도 한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기린맥주는 후쿠오카(福岡) 현에서 생산한 맥주를 해로로 수송하고 있다. 벚꽃과 단풍 패키지로 고급품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삿포로맥주도 이 대열에 합류해 작년 일본맥주의 한국 수출은 53억 엔(약 530억 원)으로 2013년에 비해 거의 배로 늘었다.

의식주 관련 가공품의 양국 무역액은 작년에 약 2천200억 엔(약 2조2천억 원)으로 2010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에 비해 소재와 기계류 등을 포함한 전체 무역액은 2016년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정보 서비스 업체인 라이브팬즈에 따르면 2016년 일본에서의 라이브 관객 동원 1위는 180만 명을 동원한 것으로 추산되는 빅뱅이 차지했다. 상위 30위 내에 K-POP이 5개나 포진했다.

남성 7인조 “방탄소년단”이 5월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앨범 “피, 땀, 눈물”은 첫 주에 24만 장 가까이 팔려 주간 판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판타지와 연애를 조합한 드라마 “도깨비”를 본 한 20대 여성은 “요즘 일본에는 이토록 가슴이 두근대는 드라마가 없다”고 말했다. 도깨비는 한국 연예채널 Mnet가 3월 일본에서 16회를 방영했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11일부터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Mnet 운영회사의 장혁진 이사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한 작품 당 매출의 약 20%는 일본에서 올린다. 중국에 이어 2번째 중요한 수출시장이다. 일본인의 기호를 분석해 콘텐츠를 만든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특히 일본의 10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관련 뉴스를 서비스하는 일본어 사이트 “Kstyle”의 월간 방문자는 360만 명으로 3년 전보다 약 40% 늘었고 19세 이하가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소설과 만화 등 일본 콘텐츠가 인기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은 열렬한 팬이 많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일본 만화의 3번째 라이선스 수입국이다. 최근에는 “그대 이름은”이 한국에서 3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디.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에서는 과거 2차례 한류 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2003년에 방송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촉발했고 2번째는 2010년께 그룹 “소녀시대”, “KARA” 등 여성 아이돌 그룹이 일으켰다면서 이번에는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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