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펜스 부통령 발언 이해할 수 있는 설문 결과”
“아내 외의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최근 펜스 부통령의 이 발언을 놓고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상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여성의 경력을 가로막는 성차별적 관념을 내비친 것인지 논란이 된 가운데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미국인이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일반인 5천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의 53%가 배우자 아닌 이성과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남성의 45%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펜스 부통령이 2002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아내 없이는 술자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 말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시대에 뒤처졌다”는 비난이 쏟아진 상황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1985년 결혼 이후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오는 펜스 부통령 부부를 조명하면서 펜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을 보도했는데 뜻하지 않게 여론은 펜스 부통령 부부의 금실이 아닌 여성을 멀리한다는 가정생활 철칙에 꽂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 여론과 달리 오프라인에선 미국인 상당수가 이성과 단둘이 하는 식사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같은 식사라도 점심은 인식이 다소 달라 여성의 44%, 남성의 36%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저녁 식사보다 점심일 때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9%씩 줄어든 것이다.
반대로 술자리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나빠 여성의 60%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남성도 48%가 ‘부적절하다’고 인식했다.
남녀 단둘이 차를 타는 데 대해선 여성의 38%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으나 남성은 ‘적절하다’는 답변이 58%로, ‘부적절하다’(29%)는 답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남녀 간의 인식 차를 나타냈다.
회사 업무로 인한 모임에는 호의적인 편이어서 여성의 63%, 남성의 66%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만남에 대해 특히 공화당원, 남서부 지역이나 지방 거주자, 고졸 이하 학력자, 복음주의 기독교인 사이에서 부정적인 답변 비율이 높았다.
예컨대 ‘업무로 인한 모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답은 여성 25%, 남성 22%였으나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에 한정해 들여다보면 이 비율이 여성 16%, 남성 18%로 뚝 떨어졌다.
NYT는 이번 결과를 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남녀 간의 상호작용에 있어 성이 은연중에 미치는 영향력은 물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골프코스나 이사회뿐만 아니라 회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서도 여성이 다른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우려로 이런 행위를 부적절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과학저술가인 캐슬린 레이븐은 여러 면에서 자신이 진보적이지만 남성과 단둘이 회의할 때는 상대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도록 회의실 문을 꼭 열어두고, 회사 밖에서는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우려해 남녀 간의 만남을 기피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리알토의 건설업 근로자인 크리스토퍼 몰딘은 “남녀 둘만 있으면 오히려 제삼자들이 마치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암시할 여지가 있다”면서 “이런 근거 없는 의혹이 명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펜스 부통령의 언론 담당 비서관은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한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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