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전쟁가능한 일본’ 야욕 급제동

“아베,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전쟁가능한 일본’ 야욕 급제동

입력 2017-07-02 21:20
수정 2017-07-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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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스캔들에 측근 비행·실언탓 자민당 추락…아베책임론 부상

2일 실시된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결과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돌풍에 영향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아베 총리 스스로 휘말린 ‘사학 스캔들’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는 ‘불통(不通)의 정치’나 자민당 여성의원의 비서 폭행사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실언 등도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조기 개각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개헌추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연시됐던 아베의 자민당 총재 3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며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불통’의 정치와 오만함이 참패 불렀다

언론사 출구조사에서 전망된 자민당의 패배는 이른바 사학 스캔들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5월 중순 이후 한달 반 이상 일본을 뜨겁게 달군 이슈다.

아베 정권은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고, 결국 60%를 훌쩍 넘었던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포스트 아베도 아베”라는 말이 돌 정도로 ‘아베 1강(强)’ 분위기가 강한 상황에서 아베가 불통의 정치로 일관한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했다.

자민당은 작년 말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국회 비준안, 카지노 허용법안, 테러대책법안(공모죄법안)을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실상 날치기 처리했다.

투표를 앞두고 불거진 두 여성 측근의 ‘비행’은 선거 참패의 결정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아베 총리와 같은 호소다(細田)파인 자민당 여성의원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43)가 연상의 남성 비서에게 폭언하고 폭행한 사건이 터졌다. 도요타 의원은 곧바로 탈당했지만, 폭언을 담은 녹음 파일이 계속 방송 전파를 탔다.

같은달 27일에는 자민당의 단골 ‘트러블 메이커’ 이나다 방위상의 자위대 실언이 터졌다. 지원 유세에서 “자위대로서 부탁하고 싶다”며 자민당 후보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가 자위대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자위대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민당은 유세 과정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강조했지만, 도쿄도민들은 결국 개혁에 대한 고이케 지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지방선거 이상의 의미…‘어게인 2009년’ 떨고 있는 자민당

도쿄도의회 선거에 일본 정치권이 총동원돼 치열한 선거전을 펼친 이유는 이 선거가 국정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지방 의회 선거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2009년에도 54년 만에 정권을 민주당(현 민진당)에 빼앗기고 3년여 동안 야당 생활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데, 그 시작은 도쿄도의회 선거였다. 도쿄도의회 선거의 패배 후 한번 돌아선 민심은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중의원 선거의 참패로 이어졌다.

그 후 2013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압승을 거뒀고 이를 토대로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선거의 승리는 5년 반 이상 이어지고 있는 아베 정권 장기 집권의 초석이 됐다.

다만 이번 선거 이후의 판세는 과거와 비교하면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09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과 달리 고이케 지사의 도민우선(퍼스트)회는 도교도의회를 석권했다고는 해도 아직은 지역 정당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실적으로 중앙 정계에서 자민당 견제가 가능한 제1야당 민진당은 이번 선거로 오히려 입지가 약해졌다.

일각에서는 고이케 지사가 선거 직전까지 자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자민당과 고이케 지사의 연대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우익 인사로 개헌론자인 고이케 지사가 개헌 등에서 협조할 여지는 있겠지만 그가 다시 자민당과 손을 잡는다면 선거의 민심을 배반한 셈이 된다.

차기 집권당을 결정하는 중의원 선거까지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현 중의원의 임기는 내년 연말까지로, 중의원 해산과 총선은 내년 하반기 중일 가능성이 크다.

◇ 흔들리는 아베 1强…개헌 추진에 치명적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1강’의 분위기는 깨질 전망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조기 헌법개정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를 포함한 개헌 세력은 헌법 9조의 1항(전쟁과 무력행사 영구 포기), 2항(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을 수정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지난 5월에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시행 시점으로 9조에 자위대 관련 규정을 넣자는 안을 제시하며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확정되면 개헌 반대 목소리는 더 커지고 개헌 세력의 규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출구조사대로라면 선거 참패 이후 아베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며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 손상이 갈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패색이 짙자 개헌과 관련해서는 이미 투표 전부터 자민당 내에서 이견이 튀어나왔다.

그동안 당연시돼 오던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선에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자민당은 지난 3월 당대회에서 내년 9월인 당총재 임기를 2021년 9월까지 늘릴 수 있도록 당 규정을 바꿔 아베 총리의 9년 장기집권 길을 열었다.

아베 총리를 견제해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목소리를 내며 차기 총리 자리를 노릴 수도 있고, 파벌 합병으로 세력을 키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조만간 개각을 단행하며 국면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위기 때 했던 대로 외교 활동을 통한 지지율 확대를 시도할 수도 있고 북한 위기 상황을 이용해 북풍(北風) 몰이를 하거나 위안부 한일합의 문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가케학원 스캔들은 계속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의혹 제기를 계속 신뢰성 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스캔들은 총리 자신은 물론 측근 인사들로 확산하면서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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