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량 100배 DNA 손상 정자로 출생 쥐 외모·수명 3대까지 정상…난자에 정자 DNA 손상 치료 기능 있는 듯, 포유류 우주번식 가능성 확인 첫 사례
우주에서 지상의 100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에 노출돼 손상된 정자도 생식능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일본 야마나시(山梨) 대학의 와카야마 데루히코 교수(생물학) 연구팀은 우주공간에서 방사선에 노출돼 손상된 쥐의 정자를 지상에서 난자에 수정시켜 탄생한 “우주 쥐”가 증손자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논문을 23일 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우주공간에서 포유류가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세계 첫 사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9개월간 보관했던 쥐의 정자를 지상에서 난자와 수정시켰다. 연구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실험용 쥐 12마리에서 채취한 정자를 동결건조해 2013년 8월 ISS의 일본 실험동인 ‘기보(희망)’로 운반해 냉동고에 약 9개월간 보관한 후 2014년 5월 미국 우주보급선편을 이용해 지구로 가지고 왔다.
연구팀은 회수한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새끼지 73마리가 태어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출산율은 약 10%로 같은 조건으로 지상에서 보관했던 정자를 이용한 경우의 출산율 11%와 별 차이가 없었다.
‘우주 쥐’끼리의 번식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손자까지 태어났지만, 외모와 수명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자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178밀리㏜로 지상에서 같은 기간 보관한 정자의 약 100배에 달했다. 정자의 DNA를 분석해보니 우주방사선의 영향으로 DNA 손상도가 지상에서 보관한 정자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주에서 보관한 4종류의 정자 중 3종류에서 DNA가 손상이 관찰됐다. 이 정자를 이용해 수정한 수정란에서는 손상이 1종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종류에서 태어난 쥐의 유전자는 모두 지상에서 태어난 쥐의 유전자와 차이가 없었다.
와카야마 교수는 “난자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DNA 복구기능이 작용해 정자의 DNA 손상을 회복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오래 보관하면 손상이 커져 회복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우주에 3~5년간 장기보관한 정자로 같은 실험을 해 영향을 검증하는 한편 우주에서 쥐의 수정란을 배양하는 실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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