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은 한 달째 영안실 냉동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측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정했다. 가족들은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제3국으로 피신해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을 형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신은 최근에야 간신히 위조 여권상 명의인 ‘김 철’이란 이름을 떼고 ‘김정남’이란 제 이름을 되찾았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北 당국 “김정남은 없다”…존재마저 부정
각국 정부와 정보기관은 여러 정황상 사망자가 김정남이 틀림없다고 보지만, 북측은 그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사망자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 아닌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북한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기 위해서다.
지난 6일 추방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우리는 사망자의 신원이 여권에 명시된 대로 ‘김철’이라고 확인했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의 요구대로 다른 이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망자의 신원 자체가 외교적 쟁점이 되자 말레이시아 측은 최근까지 김정남의 신원확인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북측이 의료기록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고, 김정남 피살 사건이 북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 암살임을 시사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난 뒤에는 시신 인도를 위해 유가족의 DNA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해자라는 의심을 받는 북한 정권보다 중국, 마카오 등지에 거주하는 김정남의 가족들에게 우선권을 준 셈이다. 조금이라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신원확인 수단은 쓸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김정남의 복부와 팔뚝 등에 새겨진 문신을 말레이시아 경찰이 신원확인에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 北도, 가족도 시신 인수 힘들어…갈 곳 없어진 김정남
말레이시아 당국이 DNA 검사를 통한 신원확인 없이는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북측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선 김정은 위원장이나 이른바 ‘백두혈통’의 누군가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야 하는데, 이 경우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했던 기존 주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이다.
북측이 지난 7일 자국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을 억류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게 된 배경에도 정상적으로는 시신을 인도받지 못할 것이란 절박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김정남의 자녀들도 그의 시신을 인수하러 선뜻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지만, 중국이 이번 사안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김정남의 신원확인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최근 중국령 마카오를 떠나 제3국으로 도피한 후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거주지 노출에 따른 신변위협 문제 때문에 당분간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들어 보인다.
◇ 말레이 경찰 “사망자, 김정남 맞다”…시신인도 속도 낼까
이처럼 어느 쪽도 먼저 나서기 힘든 상황임에도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0일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신원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금껏 신원확인에 DNA 검사가 필수적이란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은 김정남의 가족과 접촉하는 등 방법으로 DNA 샘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김정남의 시신은 조만간 가족에게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말레이시아 정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DNA 검사 대신 지문과 치아구조 등 여타 증거만으로 신원을 확인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의 귀국과 관련된 협상에서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신원확인 문제를 미리 해소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이미 시신 처리와 관련한 사항을 보건당국에 인계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일정 기간 가족이 나서지 않으면 김정남의 국적 국가인 북한에 시신을 인도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와 조기총선을 앞둔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저자세 외교’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북측에 시신을 인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김정남의 시신은 당분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내 국립법의학연구소(IPFN) 냉동고에 보관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김정남의 시신을 처리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무기한 보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합뉴스
북한 측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정했다. 가족들은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제3국으로 피신해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을 형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신은 최근에야 간신히 위조 여권상 명의인 ‘김 철’이란 이름을 떼고 ‘김정남’이란 제 이름을 되찾았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北 당국 “김정남은 없다”…존재마저 부정
각국 정부와 정보기관은 여러 정황상 사망자가 김정남이 틀림없다고 보지만, 북측은 그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사망자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 아닌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북한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기 위해서다.
지난 6일 추방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우리는 사망자의 신원이 여권에 명시된 대로 ‘김철’이라고 확인했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의 요구대로 다른 이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망자의 신원 자체가 외교적 쟁점이 되자 말레이시아 측은 최근까지 김정남의 신원확인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북측이 의료기록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고, 김정남 피살 사건이 북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 암살임을 시사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난 뒤에는 시신 인도를 위해 유가족의 DNA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해자라는 의심을 받는 북한 정권보다 중국, 마카오 등지에 거주하는 김정남의 가족들에게 우선권을 준 셈이다. 조금이라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신원확인 수단은 쓸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김정남의 복부와 팔뚝 등에 새겨진 문신을 말레이시아 경찰이 신원확인에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 北도, 가족도 시신 인수 힘들어…갈 곳 없어진 김정남
말레이시아 당국이 DNA 검사를 통한 신원확인 없이는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북측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선 김정은 위원장이나 이른바 ‘백두혈통’의 누군가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야 하는데, 이 경우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했던 기존 주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이다.
북측이 지난 7일 자국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을 억류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게 된 배경에도 정상적으로는 시신을 인도받지 못할 것이란 절박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김정남의 자녀들도 그의 시신을 인수하러 선뜻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지만, 중국이 이번 사안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김정남의 신원확인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최근 중국령 마카오를 떠나 제3국으로 도피한 후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거주지 노출에 따른 신변위협 문제 때문에 당분간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들어 보인다.
◇ 말레이 경찰 “사망자, 김정남 맞다”…시신인도 속도 낼까
이처럼 어느 쪽도 먼저 나서기 힘든 상황임에도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0일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신원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금껏 신원확인에 DNA 검사가 필수적이란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은 김정남의 가족과 접촉하는 등 방법으로 DNA 샘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김정남의 시신은 조만간 가족에게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말레이시아 정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DNA 검사 대신 지문과 치아구조 등 여타 증거만으로 신원을 확인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의 귀국과 관련된 협상에서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신원확인 문제를 미리 해소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이미 시신 처리와 관련한 사항을 보건당국에 인계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일정 기간 가족이 나서지 않으면 김정남의 국적 국가인 북한에 시신을 인도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와 조기총선을 앞둔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저자세 외교’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북측에 시신을 인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김정남의 시신은 당분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내 국립법의학연구소(IPFN) 냉동고에 보관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김정남의 시신을 처리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무기한 보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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