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학생, 정체성 맞는 화장실 이용” 보장한 오바마 지침 없애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전환(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연방정부의 지침을 폐기했다.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을 놓고 최근 1∼2년 미국 전역에 일어났던 ‘화장실 전쟁’이 다시 불붙을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법무부와 교육부 명의로 전국 학교에 보낸 서한에서 “법적 혼란”을 이유로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에 대한 정부 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현행 성소수자 화장실 지침이 “혼란스럽고 실행도 어렵다”며 폐기를 시사한 바 있다.
성전환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지침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5월 마련한 것이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성전환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에 따라서만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법을 시행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법적 분쟁이 가열되자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지만,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지원하는 예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연방정부가 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지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지침을 폐기하게 되면 성소수자 학생의 화장실 이용에 대한 결정은 주 정부나 학교의 재량에 맡겨진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주 정부의 권리를 확고하게 믿으며, 이와 같은 이슈는 연방 차원에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왔다”고 밝혔다.
지침 폐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진보단체 등은 강하게 반대했다.
미국교사연맹의 랜디 웨인가튼 회장은 AP통신에 “지침을 폐기하는 것은 성전환 아이들에게 트럼프 정부는 그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거나 학대를 받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 폐기로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버지니아 주의 한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이 생물학적 성에 따른 화장실만 쓸수 있게 한 학교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권을 제한한 법안에 서명하면서 ‘화장실 전쟁’이 미국을 달군 바 있다.
한편 이번 지침 폐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디보스 장관이 지침 폐기가 불편하다는 뜻을 트럼프에 전달했으나, 성소수자 권리 확대에 반대해온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디보스 장관을 밀어붙여 폐기를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파이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디보스 장관은 대통령의 결정을 100% 지지한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