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딜레마’…힐러리 특검수사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트럼프의 ‘딜레마’…힐러리 특검수사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입력 2016-11-12 15:00
수정 2016-11-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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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힐러리 법 초월 안돼”…측근들 수사의지 피력反트럼프 진영 반발·분열 심화…“재앙 부를 수사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정권 출범 전부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놓고 늪에 빠진 형국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들은 벌써 특검 수사의 당위성을 공언하고 나섰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녀를 감옥에 넣어라’(Lock her up)를 외치며 특검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달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2차 TV토론에서 힐러리의 이메일 삭제를 언급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를 선임하도록 해서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특검 수사를 철회한다면 수천만 명이 지켜본 TV에서 한 약속을 깨는 것이며, 이는 자신에게 표를 던졌던 지지자들을 실망에 빠뜨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기간 자신과 대척점에 있던 상대 후보를 겨냥한 ‘보복 수사’라는 프레임에 갇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기도 하다.

극심한 양극화를 낳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50%를 넘는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는 미국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분열의 수렁에 빠뜨릴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반(反) 트럼프 진영은 대선 당일부터 전역에서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특검 수사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수락 연설에서 힐러리를 지칭하며 “우리는 국가를 위한 그녀의 크나큰 봉사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특검 수사 포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또 “이제 미국은 분열의 상처를 묶고 단합해야 한다”면서 “미국 전역의 모든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무소속 등 모두에게 ‘이제는 감히 하나의 통합된 국민이 될 시점’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기간을 통해 국론 분열이 심각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국민 통합’을 가장 먼저 외친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힐러리를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베세머에 사는 트럼프 지지자 션 기비(55)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반드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법과 규칙을 존중하고 따르는 나라”라고 밝혔다.

스테파니 비번스(46·여)는 “힐러리는 그동안 법 위에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그렇게 대접받았다”면서 “그녀는 대다수 미국인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 기간에 ‘힐러리를 감옥으로’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유세에 참여했으며, 힐러리가 죄수복을 입은 버블헤드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지자들의 ‘속마음’을 읽은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은 잇따라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강력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법무장관 유력 후보로 떠오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재단의 의문스런 재정을 조사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수사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의 언급은 대선 다음 날 CNN과 인터뷰에서는 “(힐러리에 대한 수사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많은 숙고를 해야 할 어려운 문제”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힐러리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면을 하면 안 된다”면서 “힐러리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아닌지를 사법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힐러리 특검 수사 차단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사면을 단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전했다. 미국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사면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10일 “정치 보복을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미국의 오랜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전통이 지속하길 희망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수사·사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의혹과 관련된 재수사를 하더라도 폭발적인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은 이상 불기소 처분이나 법적 공방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FBI)이 지난달 28일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를 발표했다가 9일 만에 재수사 종결을 선언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는 논리다.

트럼프 내각의 법무장관이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증거들을 재점검하거나 재수사를 지시한다면 이는 ‘비열한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화당원인 스티븐 레빈 전 연방 검사는 “힐러리에 대한 특검 수사는 시간과 자원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며 “그것이 재앙을 부르는 수사”라고 했다.

라이스대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린클리 교수는 “힐러리를 겨냥한 특별검사 임명은 전례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야비한 전술’과 같은 부류로 취급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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