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두테르테에 겁먹은 필리핀 마약범 자수 행렬

“죽이겠다” 두테르테에 겁먹은 필리핀 마약범 자수 행렬

입력 2016-06-29 10:28
수정 2016-06-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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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마약범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에게 단단히 겁을 먹은 모양이다.

“마약범을 죽이겠다”는 두테르테 당선인의 30일 취임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마약상과 마약 투약자들이 줄줄이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전했다.

필리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에서 최근 경찰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는 약 300명의 마약범이 자수했다. 이들은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필리핀 경찰 동부지구의 아리엘 아르시나스 대변인은 “이들은 범죄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대우받는다”며 처벌보다는 재활을 중시했다.

중부 일로일로 주의 칼레스 마을에서도 마약범 30여 명이 자수했다. 한 마약범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죽는 것이 두렵다”며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마을의 테렌스 폴 아나 경찰서장은 “자수해도 마약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며 “범죄에 다시 빠져들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부 디고스 시에서는 약 130명, 삼보앙가 시에서는 40여 명의 마약범이 자수했다.

삼보앙가 시의 경우 자수범 가운데 23명이 마약상으로, 3명은 현지 경찰의 긴급 수배 대상 10명에 들어있었다.

팡가시난 주의 한 해변 마을에서는 마약 중독자와 마약상 등 약 500명이 마약 중단을 서약했다. 처음에 서약을 거부하던 일부는 TV에서 마약 용의자가 사살되는 모습을 본 이후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경찰과 군의 대대적인 단속을 주문하고 최근 단속 과정에서 사살되는 마약 용의자가 속출하자 마약범들이 겁을 먹고 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약 중독자는 결국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죽는 게 낫다”, “마약에 즉각 대처하지 않으면 멕시코처럼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력한 마약 퇴치 의지를 보인다.

두테르테식 범죄 소탕에 대해 총기 남용과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우려하는 인권단체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강력 범죄 근절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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