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행 아이러니…“핵 상처 도시에 핵가방 들고간다”

오바마 히로시마행 아이러니…“핵 상처 도시에 핵가방 들고간다”

입력 2016-05-25 16:17
수정 2016-05-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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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975개 핵탄두 발사 지휘권…몇 분 안에 인류 초토화 가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일본 히로시마를 찾으면서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들고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7년 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제창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상과 ‘미국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좁혀지지 않는 간극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24일(현지시간) “27일 일본 히로시마를 찾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핵가방이 처음으로 히로시마에 간다”고 보도했다.

핵가방은 핵무기 통제 시스템이 담긴 가방으로 비상사태에 대비해 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간다.

핵가방에는 수 분 안에 미국이 보유한 1천여 발의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코드와 명령어가 담겨있다.

디펜스원은 “71년 전 미군 B-29 폭격기가 히로시마로 날아가 원자폭탄을 투하하기까지 5시간 30분이 걸렸다”며 “이번 히로시마 방문에선 불과 30분 안에 ‘2만2천개의 히로시마 비극’을 만들 수 있는 통제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손끝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는 전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져 14만 명이 희생됐다.

미국과학자연맹의 한스 크리스텐센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975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각각의 탄두는 히로시마 원폭의 6∼30배 위력을 가진다.

핵탄두를 탑재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각각 435기, 120기를 보유했다.

ICBM과 SLBM은 각각 5분, 12분 안에 발사돼 30분 이내에 목표물에 도착할 수 있다.

미국이 가진 핵무기가 모두 발사되면 인류는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디펜스원은 전했다.

이번 히로시마 방문으로 핵 없는 세상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이지만 핵가방의 동행은 개운치 않은 뒷말을 낳을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한 연설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그는 원폭 투하 71년 만에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를 찾아 원폭 투하 지점 부근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위령비에 헌화한다.

현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함을 거론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하자는 내용을 담아 수 분간 연설할 예정이다.

원폭 투하 주체인 미국의 대통령이 참혹한 피해를 직접 겪은 히로시마를 찾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지만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상징성을 넘어선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펜스원은 “핵 재앙의 위험성을 낮추려면 미국과 러시아 등이 합의해 핵무기의 ‘벼랑끝 전술’을 버려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아울러 ▲ 1조 달러(1천182조원)어치의 핵무기 구입 계약 취소 ▲ 핵실험 전면 금지 유엔 안보리 결의 추진 ▲ 미국 의회에 히로시마 방문 권고 등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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