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이중국적자 3명 미국행…사업가 나마지 등 석방 확인 안 돼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 합의에 따라 자유의 몸이 된 미국인들은 모두 미국과 이란 이중국적자들로, 이란에서 길게는 4년 넘게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1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특별 전세기로 독일 람스타인 미국 공군기지에 도착한 수감자들은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제이슨 리자이안, 기독교 목사 사에드 아베디니, 전직 미국 해병대원 아미르 헤크마티 3명이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태생의 리자이안(39)은 2012년부터 WP의 테헤란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4년 7월 집으로 들이닥친 이란 당국에 의해 아랍에미리트 일간지 기자인 아내 예가네 살레히와 함께 체포됐다.
아내는 그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그는 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간첩 혐의와 반체제 선동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은 테헤란 이슬람혁명법원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자이안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형량을 선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정부와 WP측은 리자이안의 간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이란에 석방을 요구해왔다.
리자이안의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WP는 “545일간의 악몽이 마침내 끝이 났다”며 리자이안의 석방을 위해 힘써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미시간의 이란계 가정에서 태어난 전직 해병대원인 헤크마티(32)는 2011년 8월 간첩 혐의로 체포된 후 무려 4년5개월을 이란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체포 직후인 2011년 12월 이란 국영TV를 통해 자신이 비밀리에 파견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변호인과 가족, 미국 정부는 헤크마티가 해병대에서 통역요원으로 근무했을 뿐 CIA 스파이가 아니라며, 할머니를 만나러 이란에 갔다가 체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크마티는 이듬해 1월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2014년 항소심에서 10년형으로 감형됐다.
가족들은 수감 이후 그가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호흡에 곤란을 겪고 있다며 결핵 감염을 우려하기도 했다.
석방 이후 그의 가족들은 “어떤 기분인지 형언하기가 힘들다. 아미르를 우리 품에 안는 순간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마지막 수감자인 아베디니(34) 목사는 이란에서 고아원을 지원하는 등 선교활동을 하다 2012년 9월 당국에 체포됐다.
이란 출신인 그는 기독교로 개종한 뒤 2008년 미국 전도협회를 통해 목사로 임명됐고, 이후 2010년 미국 여성과 결혼해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란 법원은 그가 기독교 선교 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8년 형을 선고했다.
이날 이란이 석방한 또다른 미국인 노스라톨라 코스라비-루드사리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란에 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까지 이란 수감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이들 4명에 앞서 지난 16일 40일간 구금돼 있던 대학생 매튜 트레비틱도 석방했다.
그는 터키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조사하는 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다, 지난해 9월 휴직하고 테헤란대 부속 어학원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중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비틱이 어떤 혐의를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석방된 5명 외에도 현재 이란에 최소 2명의 미국인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체포된 이란계 미국인 사업가인 시아마크 나마지(44)는 당초 이번에 맞교환된 수감자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을 출발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나마지의 친구는 WP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일 내에 나마지도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3월 이란의 섬에서 실종된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레빈슨의 석방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레빈슨의 억류 사실을 부인해왔지만 미국은 그가 이란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8년 넘게 실종 상태인 레빈슨의 행방을 알 때까지 “정부는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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