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대북제재 강화엔 한목소리…‘악마는 디테일에’

한중, 대북제재 강화엔 한목소리…‘악마는 디테일에’

입력 2016-01-15 15:28
수정 2016-01-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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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밀 소통 협의 강조에도 ‘접점찾기’ 험로 예고

한국과 중국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보다 강화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강화된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서는 ‘온도차’는 여전했다.

합의나 계약에서 세부조항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의 격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중이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뜻을 모으긴 했지만, 한중간의 ‘접점 찾기’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4일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회담 및 만찬회동을 갖고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접점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한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명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황 본부장은 15일 전했다.

한중 양국은 엄중한 상황에 비춰 한미일, 중러 등 5개국 간 조율과 협력강화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고도 황 본부장은 설명했다.

이는 중국 역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에 대해 보다 강화된 내용의 추가제재에는 동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새롭고 강력하고 적당한 제재를 이야기했다”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말한 것 가운데 눈길은 여전히 ‘적당한 제재’에 쏠린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중국은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적절한 제재’ 기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잘못을 반복한 북한을 압박은 하되 숨통을 끊을 만큼의 ‘벼랑 끝’으로는 몰지 않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매우 중시하는데다 미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며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판단하는 중국의 시각이 담겨 있다.

정부 당국자도 우리 정부가 원하는 제재 수위와 중국 측의 수위에 다소 간극이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한중이) 유엔 결의나 제재조치 전반에 대해 다 일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므로 그런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협력하고 협조하는 기조하에서 접점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유엔을 담당하는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황 본부장과 회동에서 “안보리 결의 초안을 시급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북 제재는 무역, 금융 등 여러 기관이 다 연결돼 있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적절한 수위’를 강조하는 중국은 이 과정에서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특정 분야는 수용하고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삭제를 요구하는 등의 절차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리 부부장과 황 본부장의 회동에 대해 “양측이 북핵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발표했다.

우리 정부 못지않게 중국도 한중간 협력과 소통 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입장도 들어달라는 중국의 희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긴밀한 소통’이 접점 찾기로 이어지려면 어느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수용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양국이 동시에 긴밀한 소통을 외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갔을 때 얼마나 좁혀질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과 함께 초강력 대북제재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가 중국의 입장을 수용해 수위를 계획보다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 역시 북핵 대응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자산(B-52 폭격기 등) 전개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문제 등이 거론되는데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 대표와 황 본부장의 회동에 대해 ”양측이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한반도 정세 격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음을 시사했다.

황 본부장은 ”앞으로 계속 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안보리 결의가 어떻게 될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고강도 양자 대북제재를 추진 중이며 중국의 대북접근법 ‘실패론’을 거론하며 북한과 함께 중국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다음주에는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베이징을 찾아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담판 성격의 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의 대북 제재 수위의 윤곽은 미·중간 담판과 안보리 제재 초안 논의가 이뤄지는 다음 주께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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