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해리포터’ 등 흑인 배우 캐스팅에 일부 팬들 반발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인기 시리즈물의 연극판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공통점은?두 작품 모두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스타워즈’ 신작은 여성과 흑인 전사(존 보예가)를 전면에 내세워 이전 에피소드들과 차별화했고 연극 ‘해리포터’는 영화 속 에마 왓슨에게 익숙한 관객에게 놀랍게도 헤르미온느 역에 흑인 배우 노마 드메즈웨니를 캐스팅했다.
물론 윌 스미스를 비롯한 흑인 배우들이 정상의 인기를 누린 지 오래된 만큼 흑인 주연 배우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이 전혀 낯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상과학(SF)과 판타지 장르의 대표작으로 두터운 열성팬층을 거느린 ‘스타워즈’와 ‘해리포터’가 변화한 모습을 보였기에 일부 광팬은 제다이의 최고 조력자와 해리 포터의 단짝 친구가 흑인이라는 점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유독 SF, 판타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흑인 주인공을 거부하는 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져 잔존하는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타워즈’와 ‘해리포터’에 앞서 슈퍼히어로물 ‘판타스틱4’에서 흑인인 마이클 비 조던이 휴먼 토치 역을 맡았을 때나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 흑인 혼혈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캐스팅됐을 때도 일부 팬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번에 보예가가 ‘스타워즈’ 주인공으로 나선 데 대해서도 몇몇 팬들은 “스타워즈 신작을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보예가는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해리포터 소설의 원작자인 JK 롤링 역시 팬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자신은 소설에서 헤르미온느를 백인으로 특정한 적이 없다며 흑인 배우 캐스팅을 옹호했다.
SF 장르에서 특히 흑인 주인공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은 ‘스타워즈’가 처음 등장했던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SF 장르는 백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흑인인 중년의 판타지물 작가 얼리샤 맥칼라는 30대 후반이 됐을 때에야 SF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한 1970∼1980년대 영화관에서 스타워즈를 보고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SF 장르 팬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인종차별 주의는 매우 독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시리즈물과 그 캐릭터를 열렬히 사랑하는 광팬들은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백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흑인이나 아시아계로 콕 집어 규정하지 않으면 모든 등장인물을 백인으로 생각하고, 이후 그렇게 상상했던 캐릭터의 인종을 머릿속에서 수정하지 않은 채 유색인종 배우 캐스팅에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역사적 인물인 예수나 간디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마법사나 외계 생명체가 백인이 아니라는 점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SF를 둘러싼 인종차별은 미국과 유럽에 한정된 상황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스타워즈’ 흑인 주인공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달 9일 중국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 신작 포스터에 주인공 보예가의 모습이 원본 포스터보다 축소됐으며 이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작품 내에서 인물 다양성을 높이려 노력하는 영화나 소설 창작자도 많다.
‘더 다크 서번트’를 출간한 판타지 소설 작가인 맷 마노키오는 “대중들이 작품을 보고, 읽어주기를 원하는 영화제작자나 작가들은 작품에 모든 인종과 다양한 성지향성을 지닌 캐릭터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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