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푸싱회장 실종사건, ‘장쩌민 상하이방 포위작전’ 신호탄”

“中 푸싱회장 실종사건, ‘장쩌민 상하이방 포위작전’ 신호탄”

입력 2015-12-17 10:57
수정 2015-12-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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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시진핑 지도부의 상하이방에 대한 압박” 분석“2017년 중국 공산당 대회 앞두고 권력투쟁 시작”

“포스트 시진핑(習近平)의 윤곽이 드러날 2017년 중국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상하이(上海)를 무대로 한 권력투쟁이 마침내 시작됐다.”

궈광창(郭廣昌·48) 중국 푸싱(復星·FOSUN)그룹 회장이 실종설 나흘 만에 14일 상하이에서 열린 그룹의 연례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비롯, 최근 상하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부패추방운동이 실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을 필두로 한 상하이방(榜) 포위작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일 “상하이방 포위작전의 신호탄, 장쩌민에 대한 압력”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상하이 현지 정계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같이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11월에 있었던 아이바오쥔(艾寶俊) 상하이시 부시장 해임이 바로 권력투쟁의 신호탄”이라면서 “아직 초반전이지만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바오쥔 해임은 중국 경제중심지 상하이의 정·관·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다.

상하이의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바오산(寶山)제철 출신으로 중국 자유무역시험지구 책임자이기도 했던 아이바오쥔은 상하이 부시장으로 경제계획, 물가, 에너지개발, 항만, 사회안정 등을 담당하면서 상하이 경제계와 관계를 아우르는 거물이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쩌민(89) 전 국가주석과 가까운 인물로 장쩌민의 아들인 장먼헝(江綿恒)과 자주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장먼헝은 금년 1월 중국과학원 상하이 분원 원장직에서 갑자기 해임됐다. 이 사건은 시 주석 측이 장쩌민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상하이에서 또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거대 투자기업 푸싱그룹 회장 궈광창의 종적이 갑자기 묘연해진 것이다. ‘당국의 수사에 협력하기 위해’ 일시 연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궈광창 일시 증발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하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바오쥔 전 부시장 사건, 또는 다른 기업의 부패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지에서는 구체적으로 궈 회장이 부패 혐의로 구금된 링지화(令計劃) 전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장 가족과 가깝게 지냈다는 소문과 함께 현재 당국 조사를 받는 야오강(姚剛)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 아이바오쥔(艾寶俊) 상하이 부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문의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일련의 사건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우리편에 붙지 않으면 귀찮아질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이다.

현지에서는 상하이 정계의 막후조정자로 누구나 아는 인물이 행동의 자유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소문의 당사자는 물론 장쩌민과 아주 가까운 측근 중 한명이다.

시 주석은 반부패운동을 앞세워 권력기반을 착실히 굳혀가고 있다. 과거 권세를 휘둘렀던 장쩌민 조차 정면으로 맞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쩌민은 고령에도 불구, 아직 힘이 남아있다. 당 관계자들은 장쩌민이 시 주석의 주요 시책에 대해 “그렇게 하면 안된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거들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 장쩌민은 “어떻게든 견제해야 할 벅찬 상대”인 셈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고 나면 올들어 상하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상하이를 무대로 한 일련의 사건들은 2006년의 ‘상하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해 상하이시의 최고 실력자이던 천량위(陳良宇)가 부패혐의로 해임됐다. 오랜 시간 조사를 거쳐 2007년 공산당대회 직전 당적을 박탈당하고 이듬해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천량위 사건은 정치적으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에 의한 상하이방 부수기였고 2007년 당대회에서의 최고지도부 인사를 앞둔 전초전이었다. 후진타오는 천량위 사건에서 일단 승리했으나 2007년 최고지도부 인사에서 실질적으로는 패하고 말았다. 후진타오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최고지도자였으나 스스로 키운 에이스 리커창(李克强)을 장래 주석을 바라볼 수 있는 서열에 밀어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커창은 5년후 당총서기가 되지 못하고 총리가 됐다.

당시 리커창 보다 서열이 하나 앞인 서열 6위의 상무위원으로 갑자기 발탁된 인물이 오늘날의 시 주석이다. 장쩌민이 원로그룹과 함께 공청단 세력 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후진타오는 2007년 최고지도부 인사에서 저우융캉(周永康)을 사법부문을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로 앉혀 장쩌민이 수렴청정을 계속하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상하이방 포위작전도 시 주석이 일단 우위에 섰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반부패운동의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의 동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 대상이다.

왕 서기는 11월 2일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한 이후 지금까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중국 국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이 전하고 있다.

왕 서기는 종전 3차례 잠적할 당시에도 모두 거물급 사정과 관련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부패 호랑이’(고위급 탐관) 적발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2017년 공산당 대회를 향한 불꽃튀는 권력투쟁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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