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혼비자’에 총기난사 불똥…검증절차 의문 증폭

미국 ‘약혼비자’에 총기난사 불똥…검증절차 의문 증폭

입력 2015-12-05 16:31
수정 2015-12-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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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신원조회 거쳤음에도 결과적으론 테러리스트 수용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 시 테러범 부부 중 타시핀 말리크(27)는 미국 시민권자이자 함께 범행을 저지른 남편 사이드 파룩(28)과의 약혼 명목으로 작년 비자를 얻어 미국에 입국했다.

파키스탄 국적자인 말리크는 가족과 함께 출생지인 파키스탄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했다가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그는 미국 국적자의 약혼자에게 발급되는 K-1 비자를 취득해 작년 7월 입국하기까지 여러 차례 정부의 신원조사를 받았기에 이런 검증 절차가 테러집단에 동조하는 인물을 걸러내는 데 부적합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비자는 입국 90일 내로 결혼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으며 대면 면접, 지문 조회, 미국 테러감시명단 대조, 가족에 대한 점검 등을 거쳐야 해 심사 과정이 꽤 까다롭다.

주무부처인 미국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파키스탄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국가 출신에 대해서는 K-1 비자 발급을 승인하기 전에 추가적인 정밀조사를 한다.

이런 검증 절차는 말리크가 미국으로 이주해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파룩과 결혼하겠다고 비자를 신청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약혼 비자로 미국에 온 외국인은 결혼 후에 2년 조건부 거주 자격을 얻으며 다시 영주권을 신청해 신원조사를 더 거쳐야 한다. 시민권은 영주권 취득 후 5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다.

말리크와 파룩은 작년 8월 16일 결혼했으며 결혼 피로연은 리버사이드 이슬람센터 웨딩홀에서 열렸다.

K-1 비자 절차 수십 건을 처리해본 팔마 야니 변호사는 “이런 비자는 다른 비자보다 신원조사가 더 많이 이뤄지기에 보통 미국 입국을 쉽게 하려고 쓰는 비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총격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논란 역시 더욱 불붙게 됐다.

K-1 같은 비자 신청과 같지는 않지만, 난민 역시 신원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검증 과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검증 절차에 맹점이 있더라도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야니 변호사는 “다른 곳 어디에서 어떤 행동을 한 게 아니라면 지문 등 생체 정보와 이름이 그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리크는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면서 무슬림 공동체에 자주 나타나지 않았고 말리크를 만난 이들도 그의 성향을 잘 알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어폴드 전 미국이민변호사협회장도 “우리가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겠는가”라며 “언제나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이 일로 약혼자 비자 제도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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