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리콜 거부도 불가능할 수도”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 방침을 밝힘에 따라 차량 리콜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린다.29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최대 1천100만 대의 디젤차 차주에 수일 내에 리콜 계획을 통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구체적인 리콜 방식이나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콜의 목표가 실제 배출가스량을 허용 기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리콜 방식이 어떻든 연비나 성능이 리콜 전보다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애초에 폴크스바겐이 눈속임에 나선 것도 미국의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우수한 연비와 성능으로 소비자도 만족시킨다는, 한꺼번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다 포기하지 못해 감행한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연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배출가스만 낮추는 기술을 개발해 리콜에 적용한다면 좋겠지만 내달 7일까지 독일 당국에 수습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을 고려할 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폴크스바겐은 이번에 문제가 된 디젤차들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LNT)와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SCR) 두 가지 기술을 사용했다.
LNT는 질소 촉매를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SCR은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폴크스바겐은 주로 LNT 기술을 적용하다가 2012년부터 중형 파사트부터 저감 효과가 더 뛰어난 SCR을 적용해왔다.
어떤 저감장치를 쓰는지에 따라 리콜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두 장치 모두에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것이 간단한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문제의 조작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이 정기검사나 실험실 테스트를 받는 중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최대한 가동되도록 하고, 실제 도로 주행시에는 저감장치를 끄도록 했다.
리콜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무력화시켜 항상 실험실 수준의 적은 배출가스가 나오게 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실험실에서만 작동하던 저감장치를 항시 작동하도록 하면 더 많은 연료가 소비되고 연비나 성능은 저감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컨설턴트 샌디 먼로는 로이터통신에 “질소산화물 배출을 통제하기 위한 모든 장치는 디젤 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리콜 이후 연비가 구입 당시 공인 연비보다 떨어지면 폴크스바겐은 소비자들에게 대규모 보상을 해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비 과장으로 적발돼 대규모 리콜을 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직불카드를 주는 형태로 보상을 해준 바 있다.
또 SCR 방식의 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무력화돼 리콜 이전보다 더 열심히 배출가스 저감 작용을 하면 엔진 오일 교체 시점이 전보다 짧아질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하드웨어적인 방식의 리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2012년 이전 차량과 소형 차량 등에는 SCR 대신 LNT 기술이 적용됐는데, 보다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큰 SCR을 모든 차에 설치하는 것이다.
미국의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그러나 SCR 설치를 위해서는 차량 1대당 5천∼8천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으로서는 소프트웨어 조작보다 훨씬 큰 리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로서는 요소수 탱크를 추가로 장착해야 해 트렁크 공간이 좁아지는 부담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의 리콜이든 리콜이 반갑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해당 폴크스바겐 차량이 15만 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리콜 방침이 발표되면 거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의로 리콜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통상 차량 성능과 관련된 리콜은 소비자가 귀찮다는 이유로 받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환경오염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선택으로만 맡겨두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와이어드는 “이번 경우는 공중보건에 위협 요인이고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당국이 리콜하지 않은 차량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리콜에 응한 소비자들이 연비와 성능 저하, 중고차값 하락 등을 이유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커 폴크스바겐이 부담해야 할 리콜비용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