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의 가을’ 최고작 꼽아
17일 타계한 남미의 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생전 3천만 부가 넘게 팔린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오히려 몇몇 인터뷰에선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싫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성공작의 그림자에 다른 작품들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마르케스의 부고 기사에서 실제 그가 ‘백년 동안의 고독’ (1967) 다음인 1975년 출간한 ‘족장(族長)의 가을’을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남미 독재자들의 광기와 고독을 시(詩) 같은 문장으로 담아냈다. 독재자의 내면을 마침표 없이 쉼표만 쓰는 실험적 문체로 옮겨 문장 하나가 수십 쪽에 달할 정도로 읽기가 어렵다.
족장의 가을은 칠레의 군사 독재자 피노체트가 남미 최초의 합법적 마르크스주의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지 2년 만에 출간됐다.
진보주의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마르케스는 당시 피노체트가 집권하는 한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격분했다가 결국 마음을 돌려 족장의 가을을 썼다.
이 작품은 1970년대에 나온 남미 ‘독재자 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번역판이 한 차례 출간됐지만, 워낙 작품이 난해해 마르케스 소설 중에서는 국내 인지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백년 동안의 고독’만으로 기억되는 것을 싫어했던 마르케스의 뜻과 달리 고인을 추모하는 세계 명사들의 말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많이 언급, 비유됐다.
17일 AFP통신에 따르면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40여 년 전 ‘백년 동안의 고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솔직한 감성에 항상 감탄했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고인의 죽음으로 우리는 ‘수년 동안의 고독’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콜롬비아 출신 거장의 죽음에 ‘천년의 고독’과 슬픔이 느껴진다”며 부인과 가족을 위로했다.
울산대 송병선 교수(중남미문학)는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마술적 사실주의 선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마술적 사실주의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며 “마술적 사실주의가 1980∼1990년대 세계적 예술사조가 됐던 만큼 어쩔 수 없이 ‘백년 동안의 고독’에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