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의 목표가 섹시한 엉덩이춤 추기라고?”

”반기문 총장의 목표가 섹시한 엉덩이춤 추기라고?”

입력 2013-12-19 00:00
수정 2013-12-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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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자단 만찬서 ‘스노든 도·감청 사건’ 코믹 동영상으로 풍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유족을 만난 뒤 사람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10일 열릴 만델라 영결식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세계 정상, 외국 고위 관리, 왕족 등 수많은 추모객이 그의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유족을 만난 뒤 사람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10일 열릴 만델라 영결식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세계 정상, 외국 고위 관리, 왕족 등 수많은 추모객이 그의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목표가 최신 유행하는 엉덩이춤(트워킹)을 잘 추는 것이라고?”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연출·제작·출연한 코믹 동영상이 화제다.

반 총장은 1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UNCA) 초청 만찬 행사에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폭로로 드러난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도·감청을 풍자하는 코믹 동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이 직접 출연해 주연한 이 동영상은 기자단의 방침에 따라 외부 공개 없이 만찬 행사장에서만 선보였다.

행사가 시작되자 연단에 오른 반 총장은 기자단은 물론 특별손님으로 온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를 향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올해 유엔과 유엔 사무총장은 도·감청을 당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곧바로 본인이 직접 연출·감독한 동영상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반 총장의 동영상은 올해 전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무차별 도·감청 문제를 코믹 형식으로 풍자한 것이다. 동영상 내용은 이렇다.

세계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적잖은 도·감청 장치를 사무실에 몰래 설치한 것을 모른 채 반 총장이 일을 하고 있다.

일하던 도중 반 총장은 약속돼 있는 가수 스티비 원더를 만나기 전에 흥에 겨워 가볍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이 장면을 도·감청 장비를 통해 정보원들이 훔쳐본다.

또 반 총장에게 보고를 마친 유엔 대변인은 엉겁결에 반 총장이 쓰던 펜을 들고 나간다.

반 총장의 펜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것을 모른 대변인은 유엔 출입기자들에게 정례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물을 들이켜는 척하며 사실은 몰래 술을 마신다. 이 장면 역시 반 총장의 펜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고스란히 포착된다.

장면이 바뀌어 춤을 추던 반 총장이 “나는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hardest working·하디스’트 워킹’) 사무총장이 될 거야”라고 혼잣말로 다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엿듣던 정보요원들이 이를 올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은 ‘트워킹’(twerking·엉덩이춤)으로 잘못 알아듣는다.

이에 정보요원들이 반 총장의 목표가 섹시한 엉덩이춤을 추는 것이라고 잘못 보고하게 되고, 이 보고가 외부로 공개돼 각종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한다.

이 동영상을 두고 평소 대립각을 세우거나 드러내기를 꺼리는 반 총장이 ‘불법 도·감청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반감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시리아 사태’ 해결 과정에서 평화적 해결을 제안해온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군사공격을 주장하며 압박해온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동영상이 끝나자 반 총장은 사건·사고 현장에 뉴스를 전해준 기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 총장은 “고비 고비마다 언론인들이 함께하며 소식을 세상에 알려왔다”면서 기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유엔의 도움이 필요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언론인들의 시선이 계속 맞춰지기를 기대한다”고 독려했다. 특히 목숨을 걸고 진실을 전달하는 전 세계 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인사말에 이어 스티비 원더는 “이곳에 와 있는 사람 모두가 국가 간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실시간의 기록과 정보가 없는 세상은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어둠과도 같다”면서 역시 기자들의 취재 노력을 평가했다.

이어 스티비 원더는 최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하는 묵념을 제안했다.

마이클 더글러스도 “유엔과 기자들의 헌신 없이는 인간의 고통 문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의 사명은 인류가 평화를 되찾게 하는 것이며 이는 무장해제가 핵심”이라며 “그러나 단지 무기를 없애는 무장해제가 아니라 기회를 창조하고 안보를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기가 아닌 지식과 정보가 진정한 힘의 근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반 총장의 동영상이 촉발한 폭소로 시작해 세계평화를 강조하는 초청손님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숙연함이 퍼지며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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