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 제대로 전달 안 돼…폭동 발생 가능성 우려
’탕, 탕, 탕탕탕’13일 필리핀 중동부 타클로반과 인근 사마르 지역을 연결하는 검문소 앞에서 요란스런 총소리가 이어졌다.
기자의 눈앞에서 벌어진 탈옥 죄수들과 정부군의 교전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문소 일대는 맨발의 탈출 주민들로 아수라장 상황이 연출됐고 한 여자아이는 상의도 걸치지 못한채 필사적으로 검문소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정부군 병사들이 ‘얼럿’(alert·주의해라)이라고 연방 외치며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사마르 지역에서 타클로반 검문소에 진입하려던 필리핀인 의사 외지 압투라씨는 정부군의 제지에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승합차 운전자 이스토르(49)씨는 “먹을 거리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죄수들이 총기 등을 탈취해 탈옥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타클로반의 치안상황은 날이 갈수록 극도록 악화되고 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로에 무장장갑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치안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태풍이 이 곳을 강타한 지 13일로 엿새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시신 처리 등 기본적인 뒷수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대로변 곳곳에는 시신들이 방치되고 있다.
레이테주 관계자는 “최대 피해지역인 타클로반 외에 주변 지역은 피해 집계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구호활동 관계자들은 전세계에서 구호기구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가 중간 연결고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구호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음식 공급 등이 늦어지면 폭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도로가 부분적으로 열렸지만 기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파손된 주유소마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식수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이틀씩을 걸어 인근 사마르 해안지역으로 이동해 간단한 먹거리를 구해오는 상황이다.
김용상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본부 119국제구조대원은 “방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음식과 의료품 등 전부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한마디로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며 “필리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구조활동 관계자는 “앞으로 3∼4일 내 음식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현재 정부차원의 역할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정부기구(NGO)로서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아이티 지진 사태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기아대책 구호활동 관계자 역시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품이 전무해 현장 구호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 단체 관계자는 “현지에서 생활해 온 한국인 대부분이 12∼13일 육로나 해상, 정부 특별기 편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개인 차원에서 현지를 여행하는 한국인의 안전여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