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발표회에 ‘하나더’는 없었다… “보안유지 실패”

애플 발표회에 ‘하나더’는 없었다… “보안유지 실패”

입력 2013-09-11 00:00
수정 2013-09-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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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생전 전통 ‘깜짝쇼’ 볼 수 없어

2011년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백미는 막판에 항상 등장하는 ‘하나 더’(One more thing)였다.

발표 직전까지 애플 신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새 제품에 대한 ‘핵심 정보’는 막판까지 기밀보안이 이뤄졌기 때문에 잡스가 ‘하나 더’를 외치면 팬보이(광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통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애플을 ‘비밀 기업’ 또는 ‘운둔 기업’으로 불렀으며, 잡스의 후임인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이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쿡은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애플)는 신제품 관련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시에 있는 본사 강당에서 열린 애플의 새 아이폰 발표장에서는 이른바 ‘깜짝쇼’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신제품 발표만 놓고 본다면 쿡이 잡스와 애플의 전통을 계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쿡의 기조연설이 있기 몇 시간 전 이 신문의 해일리 추카야마 기자는 시중 루머를 정리해 애플이 iOS7을 공개하고 아이폰 5S와 아이폰 5C, 신제품에 지문인식기능이 채용한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금색 아이폰5S가 나온다는 것과 보급형 제품에는 다양한 컬러의 제품이 나온다는 것도 함께 전했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번 프레젠테이션 가운데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유일한 것은 보급형인 아이폰5C의 가격이 예상보다는 높다는 부정적인 내용뿐이었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400 달러 선으로 예상하고 추카야마 기자는 500달러 정도로 예상했으나 실제 가격은 549 달러나 됐다는 것.

애플에서 기밀유지 전통이 없어진 것은 애플이 이른바 ‘보통’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징조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른바 ‘보통’기업들은 자신들에 호의적인 기자들에게 제품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기 때문에 신제품 공식발표에 앞서 미리 언론에 거의 모든 내용이 보도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쿡이 잡스의 카리스마와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집착에 가까운 고도의 집중력이 모두 없어진 상황에서 기밀유지를 포함해 컬트(추종)에 가까운 애플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까지 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같은 문화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 선보인 제품의 품질이 좋다면 많은 소비자가 구매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면 그동안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때마다 숨죽이며 지켜봤던 수많은 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모두 읽은 것을 다시 듣기 위해 쿡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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