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엔 조사 결과 나와야 군사적 개입” 일보 후퇴美 “러시아 비협조 기다릴 수 없어” 공습 방침 재확인
이르면 29일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등 서구 국가 주도의 시리아 공습이 예정보다 4∼5일가량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FT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국과 미국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유엔 조사단 보고 일정 지연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무산,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 이전 의회 표결을 추가한 영국 정부의 입장 변화 등으로 인해 공습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차원의 지지 없이도 공습을 단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내달 2일 노동절 휴일과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G20 회의 참석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4∼5일 안에는 공습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의 영국 총리실 관계자도 FT에 “유엔 조사 결과와 관련한 검토를 이번 주말까지 마치겠지만 이미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공개된 정보가 엄청나게 많다”고 말해 공습에 대한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영국 정부는 시리아 공격과 관련해 의회에 제출할 동의안에 “영국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시리아에) 개입하기 전에 하원의 추가 표결을 거치도록 한다”고 밝혔다고 이날 AFP통신과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동의안은 또한 “(의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현지조사 결과를 곧바로 보고받았으며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이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끌어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유엔에서 시리아 화학무기와 관련해 조사단 보고 등 절차를 거치면 영국 의회가 이를 토대로 추가 표결을 해 군사적 개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영국 의원들은 29일 정부가 발의한 이 동의안을 놓고 표결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당초 유엔 결의 없이도 무력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 등에서 2003년 이라크전 참전 등 선례를 거론하며 유엔 조사 결과 보고 후 별도 의회 표결을 요구하는 등 역풍이 거세지자 입장을 바꿨다.
캐머런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이라크 상황에서 비롯된 깊은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우리가 (시리아의) 전쟁 범죄에 대응하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며 “해당 조치는 합의를 바탕으로 옳은 방법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엔 차원에서도 제동이 걸리면서 이르면 29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등 서구 국가 주도의 시리아 공습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시리아 문제를 “외교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끝나려면 4일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시리아 군사개입을 진행한다고 해도 절차상 최소 4일 이상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영국이 제출한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의 의견 차이로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무산됐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차원의 지지 없이도 시리아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메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유엔에서 비협조로 일관하는 러시아 때문에 (시리아 사태 개입에) 지체할 수 없다”며 “상황이 무척 심각하며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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