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시리아 공습 막바지 절차…안보리 회의 무산

서방, 시리아 공습 막바지 절차…안보리 회의 무산

입력 2013-08-29 00:00
수정 2013-08-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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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황심각해 즉각 조치 필요”…러시아·중국 “유엔조사 지켜보자”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을 28일(현지시간) 제출함에 따라 서방의 시리아 공습이 막바지 절차에 들어갔다.

서방 측이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제출을 추진한 것은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5대 상임이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이날 안보리 회의는 미국과 러시아·중국간 입장차이로 무산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조사단의 정상적 조사를 촉구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고,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지목하면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은 서방이 공습하면 주변국으로 확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군의 반격 가능성에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 무산…반기문 “조사에 나흘 더 필요”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 대표가 미국측의 입장에 반대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특히 사만다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가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 개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직후 알렉산더 판킨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와 왕민 중국 대표가 이에 반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회의가 시작된지 1시간만이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영국측이 작성한 결의안 초안의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이날까지 결의안 채택을 마무리한다는 강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아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반대하고 있어 결의안 채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1999년 ‘코소보 사태’ 때처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없이 독자적으로 시리아에 군사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메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안보리 회의 무산 직후 “시리아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만큼 무엇인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게 아주 솔직한 심정”이라며 여전히 즉각적인 군사개입에 무게를 뒀다.

다만 미국의 우방인 영국이 시리아 내전 당시 화학무기가 사용됐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유엔 조사단의 활동이 끝나기 전까지는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슈테펜 자이베르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영국의 제재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이 군사개입에 동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 블라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은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제재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제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이번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없지만 이미 서방은 유엔 안보리의 합의 실패를 전제하고 군사개입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명분 쌓기 차원으로 보인다.

반기문 총장은 “외교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끝나려면 나흘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서방의 공습이 임박했지만 유엔 조사단이 현지에 있는 동안 공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마스쿠스에 파견된 조사단은 전날 안전상의 이유로 중단했으나 이날 오전 다시 두 번째 현장조사를 벌였다.

유엔-아랍연맹 라크다르 브라히미 시리아특사도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라아에 화학물질이 사용돼 1천명 이상 숨졌다는 증거가 있지만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 군사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방 군사개입 최종 점검…美 관리 “동맹국과 함께 군사행동”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은 공습을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군사 행동도 미국 단독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동맹국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에서 공습이 개시되면 하루 이상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리아 정권이 공습에 어떠한 대응을 할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캐머런 총리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시리아에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의에서는 유엔 조사단이 수집한 정보와 시리아 주요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관측됐다.

캐머런 총리는 전날 휴가일정을 단축하고 집무를 재개, 하원 소집을 결정하고서 “화학무기 사용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프랑스 의회도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고자 다음 달 4일 임시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나토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정보가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중국·이란 등 반발…시리아 “테러리스트 돕는 것”

시리아 우방 국가들은 연일 서방의 군사개입 준비에 반발했으며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 시리아 접경국들은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민간인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나리슈킨 의장은 “시리아 군사작전은 이 나라의 내전을 종식시키기는 커녕 인명 피해를 크게 키우고 유엔과 국제사회, 국제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별다른 군사적 대응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시리아와 인접한 지중해의 러시아 해군 분함대나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기지 등에서는 전력 증강 등의 특별한 동향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26일 서방이 시리아에 군사공격을 개시하더라도 무력을 동원해 시리아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중동 지역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정부의 각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군사)개입은 역내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중동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잘 무크다드 시리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다마스쿠스의 유엔 조사단 숙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방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리스트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들이 조만간 유럽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텔아비브에서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나서 “이스라엘군은 모든 위협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목표물이 된다면 우리도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시리아에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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