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인명무시’ 비난…유엔 사무차장 내주 이집트 방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가 최근 발생한 이집트 유혈사태에서 보안군이 시위대에 ‘지독하게 압도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AI는 자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보안군이 부당하게 살상수단을 썼고 부상자가 집회 현장을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AI는 보도자료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화염병 등의 폭력을 썼지만 이집트 당국의 대응책은 지독하게 압도적인 수준이었다”며 “군의 대응은 폭력 사용 여부를 가리지 않았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행인에게도 무력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보안군이 인명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만큼 독립적이고 공정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한편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인 제프리 팰트먼이 다음 주 이집트를 찾아 현지 당국자들과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방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반 총장은 최근 ‘대화 대신 폭력을 택했다’며 이집트 당국의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그러나 AI의 요청처럼 유혈 진압에 대한 국제적 진상조사 등 조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앞서 15일 이집트 사태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이사국간 견해차 때문에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내는데 실패했다.
안보리는 대신 수위가 가장 낮은 대응인 의장 구두 발언을 통해 이집트 당국과 반(反)정부 시위대 양측에 최대의 자제심과 화합을 촉구하는데 그쳤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계속됐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더 폭력이 커지면 화해의 희망조차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독일 외무부 장관인 귀도 베스터벨레는 내전 위험성을 경고했고 영국 외무장관인 윌리엄 헤이그는 특히 이슬람 모스크나 기독교 교회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국은 옛 집권층을 따르는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비(非)이슬람 성향의 현 정부 지지층으로 양분된 상태다. 양 진영은 특히 내분에서 상대의 종교시설을 잇달아 공격해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터키, 이스라엘, 알제리 등 인근 아랍 국가에서는 17일 이집트 군부의 유혈 진압을 성토하는 대형 집회가 열렸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反)정부 시위대에 보안군이 14일부터 강경 진압을 강행해 지금껏 최소 800여명이 숨졌다.
독재정권에 맞선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이집트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명피해다. 반정부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사망자수가 수천 명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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