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 단정한 기내 서비스원→승객 구조 책임자”치마만 입는 복장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
착륙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승무원들이 대참사를 막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승무원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항공기 승무원’ 하면 잘 가꿔진 용모와 친절한 객실 서비스만을 떠올렸던 이들이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영웅적 활약상을 보면서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객실 승무원들은 어린이를 둘러업고 뛰어 대피시키는가 하면, 꼬리뼈를 다쳤는데도 마지막까지 기체에 남아 탈출을 돕는 등 헌신적으로 대처해 300명에 가까운 승객을 대부분 무사히 내보낼 수 있었다.
객실 선임승무원 이윤혜(40) 씨는 사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비상탈출에 필요한 절차를 내 몸이 알아서 수행하기 시작했다”며 “다음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미승무원협회(AFA)의 베다 슉 국제위원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승무원들은 비상 상황에서 승객의 생명을 구하고자 갖가지 고된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슉 위원장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매년 응급처치·화재 진압과 더불어 비상시 90초 안에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데 필요한 동작을 훈련받는다.
그는 자동으로 대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훈련의 목표라며 “우리의 기억은 몸속에 각인돼(muscle memory)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 사고기 승무원들은) 사고 현장에서 첫 대처를 하는 사람으로서 승무원의 역할이 지닌 중요성을 탁월하게 증명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89년 발생한 에어 온타리오 1363편 항공기 추락사고가 승무원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승무원이 비행기 날개에서 결빙을 발견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자신의 보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조종실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후 연방항공청(FAA)은 객실 승무원들도 기내 소통체계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의 원활한 대처가 필수적인 만큼, 여자 승무원에게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여자 승무원의 유니폼을 치마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용모·복장 규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인권위는 여자 승무원들이 치마 외에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올해 2월 아시아나항공에 권고한 바 있다.
호주에서 여행 컨설턴트로 일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직 승무원은 “내가 불타는 비행기에 갇혀 있다면, 내 목숨을 살릴 승무원의 립스틱이 번져 있거나 머리카락이 삐져나왔는지 알아차릴 정신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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