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찾은 아베 사진 속 ‘731’’마루타’ 연상

자위대 찾은 아베 사진 속 ‘731’’마루타’ 연상

입력 2013-05-14 00:00
수정 2013-05-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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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관동군세균부대 떠올라…우경화 비판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자위대 기지를 시찰하면서 관동군 세균부대인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사진을 촬영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의 항공 자위대 기지를 방문, 곡예비행단인 ‘블루 임펄스’를 시찰하면서 T-4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모습의 사진을 촬영했다.

아베 총리가 앉은 조종석 바로 아래에는 흰 바탕 위에 일장기를 상징하는 붉은 원과 ‘731’이라는 숫자가 검은색으로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731’이라는 숫자는 중일(中日) 전쟁 당시 인간 ‘마루타’(丸太)에 대한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731부대’를 자동으로 연상시킨다.

일본 관동군에 소속됐던 731은 1932년부터 1945년까지 만주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면서 중국과 한국, 러시아인 등 전쟁포로를 대상으로 해부와 냉동 등 생체실험을 자행한 세균전 부대다.

731부대에서 인간을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로 부르며 반인륜적 실험을 자행한 사실을 학자들과 당시 부대 관련자들이 잇따라 증언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잇단 우경화 행보로 비판을 받아온 아베 총리가 일본 군국주의 만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731’ 부대를 연상시키는 사진을 굳이 부각시킨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도쿄돔에서 프로야구 경기 시수를 할 때에도 등번호 ‘96’번을 달고 나와 헌법 96조(개헌 발의요건 관련 조항) 개정을 암시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731’ 훈련기 사진을 두고도 우려 섞인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가 보수 우익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정치쇼’를 하면서 침략 역사를 우회적으로 부정하는 등 우경화 움직임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아베가 우익 정권을 위해 731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단순한 숫자 이상인 731과 아베의 행복한 표정이 함께 담긴 이 사진은 일본 우익이 (침략역사 왜곡에) 더는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밖에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다른 매체들도 ‘아베가 731이라고 적힌 훈련기에 탔다’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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