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데이비드 강 “어떻게 축제에 테러를…”
미국 테러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을 준 2001년 9·11테러와 지난 15일 보스턴 테러. 두 사건을 모두 겪은 ‘비범한 운명’의 주인공이 있다. 뉴욕에 사는 교민 데이비드 강(53) 푸른여행사 상무다.데이비드 강 푸른여행사 상무
→9·11테러 때 어디 있었나.
-한국에서 온 지방 공무원들을 차에 태우고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78층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차 가는 길이었다. 강변도로에 들어섰는데 WTC에서 연기가 치솟는 게 보였다. WTC 근처에 다다랐을 때 벼락 치는 듯한 굉음이 나면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빌딩 잔해가 덮쳤다. 황급히 차를 돌려 피신했다. 원래 그날 WTC 행사는 테러가 일어나기 이전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막판에 2시간 뒤로 연기됐다. 연기되지 않았다면 운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보스턴 테러 때는 어디 있었나.
-결승선을 지나 메달 나눠 주는 곳에서 마라톤을 마친 한국 관광객을 맞기 위해 서 있었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치솟았다. 만약 주자들의 골인 장면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에 결승선 근처에 서 있었다면 변을 당했을 것이다.
→9·11테러와 보스턴테러의 느낌이 다른가.
-9·11테러 때는 상실감 같은 게 있었다면 이번엔 화가 났다. 마라톤은 이념과는 무관한 순수한 인간의 축제인데 어떻게 테러를 저지를 수 있나.
→두 차례 큰 사건을 겪고 나서 달라진 게 있나.
-9·11테러를 겪어서 그런지 이번 테러 현장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침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을 연거푸 겪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긴장이 된다. 오늘도 관광객들을 인솔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더라. 하지만 정신적으로 크게 두려운 것은 아니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4-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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