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다음은 이탈리아?…정국·금융 불안

키프로스 다음은 이탈리아?…정국·금융 불안

입력 2013-03-28 00:00
수정 2013-03-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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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구성 실패로 혼란 지속’키프로스 방식’ 적용 우려도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합의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금융 위기 우려가 일단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불안 요인이 유럽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탈리아의 제3당인 오성운동은 27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기로 확인함으로써 이탈리아 정국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됐다.

베르사니 당수에게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 남아 있지만 이 또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성사된다고 해도 정책과 이념이 상이한 두 정당의 연정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결국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남겨 놓고 있다. 당분간은 이탈리아 정국 안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증시는 이날 이탈리아 정국 불안과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식이 유로존의 다른 위기국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도 이탈리아 우려가 반영돼 약세로 출발했다.

지난 25일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 이후 이탈리아 은행주들이 폭락세를 보인 데 이어 연정 구성 희망이 사라지면서 이탈리아 증시는 더욱 곤두박질 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가 이날 실시한 국채 입찰 결과 수익률이 상승했고 채권 입찰 금액은 줄어들었다.

이탈리아의 신규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65%를 기록, 총선 이틀 뒤에 발표돼 정부 구성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달 27일의 3.59%보다도 높아졌다.

같은 채권의 발행금액 대비 총 입찰금액 비율도 1.22배로 지난달 27일의 1.61배에 비해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의 금융시스템이 지금까지는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은행들은 여전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IMF는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보고서에서 실물경제의 지속적 약화, 국가신인도와 금융 분야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고려할 때 이탈리아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장기간의 경기침체가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권의 이익 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며 특히 이탈리아 정부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은 국가 부채 비율이 상승하면 그 가치가 더욱 저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은 유로존 전체 경제의 0.5%에도 못 미치는 키프로스의 경우와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 정도가 판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가장 급격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키프로스 구제방식이 이탈리아 은행에 적용될 우려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안은 경제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을 다루는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이탈리아 은행 주가가 폭락했다. 이탈리아의 2대 은행인 인텔사 산파올레와 유니크레디트는 하루 만에 주가가 6%나 빠졌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방식은 예외적인 것이라는 해명 발언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그가 평소에도 금융권의 부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을 역설해왔기 때문에 금융 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의 구제방식에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구제금융이 필요한 국가들은 키프로스의 사례와 같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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