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성폭행 모면 英여성 “75분간이나 구조요청”

인도서 성폭행 모면 英여성 “75분간이나 구조요청”

입력 2013-03-25 00:00
수정 2013-03-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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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투숙객들 ‘나 몰라라’…인도에 혼자 여행 안가겠다”

“방문을 걸어잠근 채 한 시간이 넘도록 구조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어요.”

인도에서 성폭행 위협을 받고 호텔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 영국인 제시카 데이비스(여.31)는 2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출연해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홀로 인도를 여행하던 중 지난 19일 이른 새벽 북부도시 아그라의 한 호텔 2층 방에 투숙했다.

사건은 오전 3시45분 의문의 노크소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방문 앞에 선 호텔 매니저와 또 다른 직원은 바디 오일을 손에 들고는 “샤워를 하고 마사지를 받겠느냐”고 물었다. 데이비스가 이를 거부하자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 안에 들어오려고 시도했다.

놀란 그녀는 문을 걸어잠근 뒤 방안의 가구를 끌고모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리고는 1시간 15분동안 문을 걷어차고 비명을 지르면서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변의 호텔 투숙객 가운데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데이비스로서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다리 한쪽의 인대가 파열되는 상처를 입었지만 아픔 조차 느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인력거 운전사가 큰 도움을 줬다. 자신을 경찰서까지 데려다 준 뒤 계속 함께 있으면서 통역까지 해줬다. 사건을 접한 현지 경찰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줬고 그 덕분에 영국으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데이비스는 BBC 방송에서 “수치심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많은 성폭행 피해자를 대신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다른 투숙객 중 그 누구도 도와주려 나서지 않았다는데 구역질이 난다”고 분노했다.

다만 자신을 도와준 이름 모를 인력거 운전사와 아그라 경찰관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데이비스를 성희롱한 혐의로 체포된 이 호텔 매니저와 직원은 20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이 모든 상황이 관광도시 아그라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뉴델리 관광 당국의 음모라는 주장을 폈다.

인도에서는 여성을 경시하는 풍조에다 여성 대비 남성이 더 많은 인구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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