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빨간 구두 대신 은반지·검정 구두즉흥적으로 신도 만나 안전 걱정…경호팀 비상
전용 리무진이 아닌 버스를 이용하고 호텔 숙박료도 직접 계산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탈한 그만의 스타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특히 날이 갈수록 전임 베네딕토 16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어떤 점에서 전임 교황의 제왕적 스타일에 대한 무언의 비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업무 첫날 자신을 ‘로마 대주교’라고 지칭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신도 다른 성직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군림하는 교황이 아닌 친근한 교황이 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사전 준비 없는 즉흥 연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첫 삼종 기도를 집전하기 전에는 예고 없이 바티칸 거리로 나가 신도들과 악수를 하고 어린아이에게 농담도 건넸다.
카리스마 넘쳤던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소탈한 교황의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부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 반지와 공식 문장을 단순한 것으로 선택해 검소한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을 상징하는 반지는 통상 금으로 만들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금을 입힌 은반지를 선택했다. 반지에는 머리에 후광이 있는 성 베드로가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든 그림이 새겨져 있다.
공식 문장은 대주교 시절 사용한 문장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파란색 방패 위에 있는 추기경을 상징하는 모자가 주교관으로 대체되고 교황을 상징하는 금·은 열쇠가 하나씩 추가됐다.
방패 가운데에는 예수회를 상징하는 글자 ‘IHS’가 빛나는 태양과 함께 있고 아래에는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별과 성 요셉을 나타내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식물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전임 교황과 달리 빨간 구두 대신 검정 구두를 신는다. 이는 콘클라베(교황 선출 추기경 비밀회의)에 참석하려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기 전에 신던 구두가 너무 낡아 친구가 새로 사준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붉은색이 예수 그리스도와 가톨릭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십자가 역시 베네딕토 16세 같이 화려한 금 십자가 대신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 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지녔던 단순한 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있다.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보여준 제왕적 스타일을 몸소 부정함으로써 다른 추기경들에게 깊은 인상을 줌과 동시에 전임 교황의 단점까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신학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8년 전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보여준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2005년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와 철저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훌륭한 신학자이기는 했지만, 교황은 신학자와는 다르다”며 “역사는 그를 교회 전체를 대변한 교황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즉흥적으로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교황의 허물 없는 스타일 때문에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다’며 밖으로 나가면 근위병들은 유연성을 가지고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성적이었던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많이 다르다면서 “교황의 개인 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19일 즉위 미사에서도 성 베드로 광장의 군중을 헤치고 지나갈 계획이어서 경호팀은 잔뜩 긴장해있다.
교황의 안전은 스위스 근위병 100명과 바티칸 경찰 100명을 비롯해 바티칸 경계를 순찰하는 이탈리아 경찰 140명이 책임진다.
교황의 신변이 위험했던 적은 여러 차례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성 베드로 광장에서 터키인 극우주의자의 총에 맞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2007년에는 한 독일인 남성이 광장에서 바리케이드를 넘어 베네딕토 16세가 탄 지프 차량으로 뛰어들려 했으며 2년 뒤에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앞두고 정신 이상인 여성이 달려들어 교황을 넘어뜨리는 일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