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강한 지도자 이미지 & 국제사회 양보’ 노려”
북한이 남북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를 전면폐기한다고 선언한 것은 실제 전면전을 일으키겠다는 것보다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러시아 전문가들이 분석했다.러시아 ‘정치기술센터’ 알렉세이 마카르킨 제1부소장은 8일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와 불가침 합의 폐기 발언을 쏟아낸 것은 치밀한 계산에 근거한 행동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마카르킨 부소장은 “우선 북한의 행동에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김정은은 자신이 이전 지도자들 못지않게 강력한 지도자임을 과시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덜 공격적으로 행동했더라면 북한의 엘리트 계층은 이를 새로운 지도자의 유약함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며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이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카르킨 부소장은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하면서 “북한 지도부는 남한과의 군사적 충돌이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카르킨은 이어 북한이 계산된 발언을 통해 국제사회에도 위협적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북한은 국제사회에 스스로를 위협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카르킨은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재앙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남북이 조만간 접촉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크게 보면 북한의 행동은 남한에 대북 강경책을 펴온 보수정부가 들어선 데 대한 대응”이라며 “남북한 간 긴장이 조만간 뒷선으로 물러나고 양측 간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연구원도 “북한은 남한과의 전쟁이나 핵공격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이 미국과 함께 반격에 나설 것이고 북한은 두 나라를 상대해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만일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하면 국제사회가 가장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북한의 선택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현재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북한도 대대적 군사훈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유력 군사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사회정치연구센터’ 소장도 “전면전은 아니지만 남북 접경 지역의 도서 등에서 국지적 군사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군부 인사 가운데 누군가가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고 공격 단추를 누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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