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부시家 철옹성 vs 뉴욕주, 오바마 텃밭…묘한 파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종합대책을 놓고 뉴욕주와 텍사스주가 격한 감정대립을 보이며 연일 으르렁거리고 있다.지난달 코네티컷주 샌디훅 총기 참사를 계기로 촉발된 총기 규제 논란과 관련해 뉴욕주는 적극 찬성이고, 텍사스주는 극력 반발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뉴욕주는 미 제1의 도시이자 진보성향이 강한 뉴욕시가 있는 곳이고, 텍사스는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대의원 수가 많아 대선 때면 항상 주목받는 보수색채가 강한 주다.
아닌게아니라 텍사스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가문이 오래전부터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주(州)이고, 뉴욕주는 지난해 11.6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진 그야말로 대표적인 친(親)민주당 주다.
이런 두 주가 극한 대립을 보이는 이면에는 공화당의 부시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 진영 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도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대형 총기참사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총기규제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게 뉴욕주 입장이다. 반면 총기사건을 막기 위해선 미국민의 총기 소지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2조 정신을 살려 오히려 총기휴대를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는게 텍사스주 입장인 셈이다.
AP와 로이터, CNN 등의 17일(현지시간)자 보도에 따르면, 이들 두 주 간 감정대립은 지도자들 간 신경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참사 현장인 코네티컷주 뉴타운을 방문 “법률이 세계에서 악마를 제거할 순 없지만 그것이 무(無)대책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며 강력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기다렸다는 듯 즉각 동참의사를 피력했다.
순자산 250억 달러(약 27조 원)의 ‘갑부’ 블룸버그 시장은 “정치력과 자금력을 총동원해 총기규제를 위한 싸움에 나서겠다”면서 “향후 2년 간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정치인들 지원에 수백만 달러를 쓰겠다”고 호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백악관 총기규제 태스크포스(TF)를 이끈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에게 직접 총기 규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2011년 1월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지역구 활동을 하던 중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던 기퍼즈 전 의원과 함께 총기규제 강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쿠오모 주지시도 총기 규제 강화 법안 마련을 주도했고, 결국 지난달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발생 후 전국 주들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5일 주의회가 총기규제 법안을 처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텍사스주 정치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스티브 스토크맨(Steve Stockman) 연방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처음으로 거론했고, 루이 고머트 하원의원도 “오바마가 탄핵을 당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거들었다.
이런 기류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미국총기협회(NRA)였다. NRA는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 강화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 대통령의 두 딸이 등장하는 총기 규제 반대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TV와 인터넷으로 방영된 이 광고는 “대통령의 두 딸은 학교에서 무장한 경비원들로부터 보호받는데 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무장경비원을 두는데 회의적인가”라면서 “대통령 아이들이 당신의 아이들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감성에 호소했다.
텍사스 정치인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는 아주 환영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레그 애버트 주(州)법무장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처리한 법안을 겨냥, “뉴욕주민들 중 쿠오모의 처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텍사스주로 이사하라”고 주문했다.
릭 페리 주지사는 “우리는 자유인이기 때문에 누구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신앙의 본류로 돌아가 은총을 기도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스티 토스 주(州)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법안을 무효화하는 법안 상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총기규제를 둘러싼 두 주 간 갈등이 지역감정으로 확산될 조짐이지만, 미 정치권은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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