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참사당한 미국, 이번엔 총기규제 가능할까?

또 참사당한 미국, 이번엔 총기규제 가능할까?

입력 2012-12-16 00:00
수정 2012-12-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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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치적 계산 없이 “의미있는 행동할 것” 다짐반대 여론과 정치적 한계로 실현 여부 불투명 지적 중론

코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참극이 벌어지자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민들은 희생자 대부분이 6~7세 어린아이들이란 점에서 이전 총기난사 사건들에 비해 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총기 소유 등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참사를 개탄하며 유족들을 위로하는 성명들을 잇따라 내고 있다. 총기 규제에 강력 반대해온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도 아직은 “언급할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비극을 막기 위해 정치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총기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총기 규제 법규가 제정, 실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전망했다.

AP통신은 그간 대규모 총기난사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규제 강화 논란이 벌어졌으나 실행된 바 없었으며 이번에도 똑같은 궤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숱한 참사에도 규제 반대 여론 막강 = 미국에선 그간 총기난사로 인한 대규모 살상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올해만 해도 이번 코네티컷 주 초등학교 참사 말고도 콜로라도주의 극장과 위스컨신 시크교도 사원 난사 사건이 있었다,

그때마다 충격을 받은 국민과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됐다. 우선 규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인 NRA와 공화당이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마저 정치적 계산을 하며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컬럼바인 고교 난사사건 당시에 규제강화 찬성 여론이 반대를 2대 1로 압도했다. 그러나 그 이후 여론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선 현재대로 시행 또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사람이 55%로 강화론자(43%)다 더 많았다. 지난 7월 콜로라도주 극장 총기난사 사건 뒤 NYT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유사 사건이 발생한 3개 주에서 실시한 조사에선 58%가 규제에 찬성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실시된 다른 조사에선 규제가 무기 소지를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람이 49%로 침해하지 않는다는 응답(43%)보다 많았다.

또 3개주 주민들도 더 강력한 규제 법률을 만들더라도 이런 사건이 재발할 것이라도 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찬반 논리 = 규제 반대론자들은 총기 소유와 스스로를 지킬 권리는 미국 건국 이래 지켜져 온 헌법적 권리이자 기본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에 서 있다.

이들은 자동차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만 자동차 소유를 금하지 않듯이 총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난사사건은 유감스러우나 총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정신이상자 등 극소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 20년 전에 비해 총기 관련 살인율과 폭력 사건 비율이 크게 낮아진 점도 들고 있다.

반면에 규제론자들은 총기와 자동차는 전혀 다른 사안이며, 자동차의 경우에도 안전벨트, 유아용 시트, 속도제한 등 다양한 규제들이 도입됨으로써 사상자를 줄여왔다고 반박한다.

미국에서 사다리 사고로 죽는 사람이 연간 300명에 불과하나 연방차원 규제 관련 규정은 5쪽에 달하지만 총기 규제 조항은 미미하다는 사례도 든다.

NYT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미국의 5-14세 어린이가 총기로 피살되는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의 13배나 높다는 하버드대 전문가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전세계에서 민간인 보유 총기가 가장 많고 자유로워 연간 3만 명이 총기로 살해되고 그 밖에도 많은 사람이 총기 자살과 사고로 죽는 현실은 대학살이자 공중보건 상의 위기로 다룰 시급한 의제라는 것이다.

◇실제론 규제가 오히려 완화돼 = 크리스토프는 미국에서 민간인 총기 소유 자체를 금지하는 법규가 시행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총기 구입을 지금보다 더 어렵게 하고 양을 제한하는 한편 고성능 총의 민간인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제한적 조치를 우선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연방 법무부는 지난해 총기가 정신질환자나 범죄자 손에 넘어가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흉악범, 마약사용자,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가정폭력 관련 범죄로 판결된 자, 불법이민자 등의 총 소유나 이들에 판매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또 연방수사국(FBI)이 총기 구입 및 소유와 관련된 연방 및 주정부 산하기관들의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 방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법무부 방안은 아직 사장돼 있다. 의회가 외면한 탓이다. 지난해 총기난사 사건 직후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들이 규제강화 목소리를 높였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군대에서 사용되는 공격용 무기의 민간인 소지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자고 제안하기는 했으나 별 무게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민간인들이 국립공원이나 철도 등에 무기를 소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에 서명했다.

올해 여름 콜로라도 사건 이후 오바마는 총기규제 법안 재추진을 다짐했으나 헌법상 총기 소유권 자체는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하루 동안의 약속’에 불과했다. 백악관은 그 다음 날 “현행 법률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표를 잃지 않겠다는 속셈이었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쿠퍼는 그간의 논쟁에도 오히려 도처에서 총기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네티컷 참사 하루 전 미시간 주의회는 학교에 무기를 소지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하이오에서도 의사당 주차 차량 총기 반입을 허용했다.

◇ 이번엔 달라질까? =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참사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이 이처럼 감정적으로 격한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백악관의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로 미뤄 백악관이나 민주당에서 총기 규제와 관련해 강력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댄 그로스 총기폭력방지협회장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진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지지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다짐에 대해 “예전에도 숱한 미사여구들을 들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악관이나 의회 모두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NRA와 공화당이 참사 애도 분위기 때문에 아직 입을 다물고는 있지만 조만간 규제 강화가 추진되면 강력한 반대활동을 펼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전망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저지하면 민주당이 밀어붙여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번 사건 이후 당을 막론하고 50개 주 주지사들 가운데 소수를 빼고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직 없다.

무엇보다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공화당과의 힘겨운 협상을 벌이는 오바마 정부가 이 문제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유지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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